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언행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퇴계 이황 선생을 두고 ‘성관계 지존’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4·10 총선을 하루 앞둔 상황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에겐 부담이 큰 상황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2월 출간한 ‘변방의 역사 2권’에서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 “성관계 방면의 지존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승된 설화를 보면 퇴계 이황의 앞마당에 있는 은행나무가 밤마다 흔들렸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썼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퇴계 이황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지어진 ‘도산서원’은 서명을 통해 명백한 왜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산서원은 “(김 후보의) 황당한 주장은 민족정신의 스승이요, 도덕 사표인 퇴계 선생을 근거 없이 모독하는 있을 수 없는 언어폭력”이라며 “퇴계 선생은 학문과 인격 및 일상생활에서 독실한 실천으로 후세나 현세의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추앙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했다.
안동지역 유림 인사들의 모임인 ‘안동유교선양회’도 “퇴계 이황 선생은 조선 성리학을 완성한 우리나라 대표적 유학자로 선생의 가르침과 삶의 모습이 현대인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며 “나랏일을 하려는 정치인의 자격 미달”이라고 질타했다.
김 후보의 막말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서 ‘김활란 이화여자대학교 초대 총장이 미군정 시기에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시켰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또 과거 한 유튜브 방송에선 윤석열 정부를 연산군에 간접적으로 비유하며 “연산 시절에 ‘스와핑’이 그렇게 많이 있었다”며 “고위 관료 부부들을 갖다가 불러갖고 자기가 보는 앞에서 스와핑을 시키고 자기 남편 승진시키려고 궁에 남아서 계속해서 연산과 성적 관계를 맺는 고관대작 부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스와핑(Swapping)이란 ·부부끼리 배우자를 교환해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의미한다.
김 후보는 지난해 9월 유튜브에서 한국전쟁 당시 주요 승전으로 꼽히는 다부동 전투를 이끈 백선엽 장군에 대해 “기본적인 병법도 몰랐는데 미군 덕분에 이겼다”며 “다부동 전투는 사실상 패전”이라고 주장했다. 육군사관학교에 대해서는 “광복군의 후예인 신흥무관학교를 계승한 사관생도를 육성하는 학교가 아닌, 너무나 안타까운 학교로 전락해버렸다”면서 “이런 상태로 가게 되면 육군 장교가 기회주의적 속성만 늘어나게 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팔아 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발언했다.
이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김 후보의 ‘이대생 성 상납’ 주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게시물을 올렸다가 1시간 만에 삭제했다.
이 대표는 “역사적 진실에 눈감지 말아야”라는 코멘트와 함께 “김준혁 논란의 대반전! ‘나의 이모는 김활란의 제물로 미군에 바쳐졌다’ 증언 터졌다!”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을 공유했다. 친야 성향 여성운동가인 고은광순(69) 평화어머니회 이사장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가 주장한 성 상납이 실제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1시간 만에 삭제됐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게시글이 김준혁 후보를 옹호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이 대표 측은 해당 글과 영상을 게시하고 삭제한 것에 대해 “실무자의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가 직접 올린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각계각층에선 김 후보의 사퇴와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도산서원은 “고향이 퇴계 선생과 같은 안동시 예안면 이 대표가 퇴계 선생을 향한 악랄한 모독을 수수방관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즉시 황당한 주장을 쓴 김 후보를 사퇴시키고 사과 성명을 발표해 거국적 분노를 가라앉혀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화여대 졸업생 김다혜씨는 이날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며 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당사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김다혜씨는 김활란 총장 장학생 출신이다. 김씨는 ‘여성혐오 확신범 김준혁 후보 사퇴 촉구 삭발식 거행’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여성주의자들이 온갖 추접하고 더러운 표현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여성의 존엄을 처참하게 유린하는 김 후보와 그를 비호하는 이재명 민주당 세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무기력하게 굴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김준혁은 철저하게 기획되고 의도된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으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함으로써 비뚤어진 성 관념을 만천하에 드러낸바, 이런 김준혁을 감싸고 있는 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대표는 당장 석고대죄하라”고 주장했다.
국방포럼,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예비역대령연합회, 전국 구국동지회연합 등 육·해·공군·해병대 및 예비역 민간 안보단체 역시 전날(8일) “피로써 다부동과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사람들이 누구이며, 지금 이 풍요로운 나라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이 것이 누구 덕분인지를 잘 알고 있음에도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저질 망언을 한 김준혁은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참전 용사들과 유가족들에게 즉각 무릎 꿇고 사죄하고 국회의원 후보에서도 즉시 물러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이런 저질 인간에게 공천을 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즉각 김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