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불참 속 막 오른 수가협상…치열한 논쟁 예고

의협 불참 속 막 오른 수가협상…치열한 논쟁 예고

건보공단, 의약단체장들과 수가협상 상견례
의약단체들, 경영 악화 토로…“의료 공급 왜곡 개선”
재정 확보 고심 깊은 건보공단 “중장기 전망 밝지 않아”

기사승인 2024-05-03 12:53:11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왼쪽에서 네번째)과 5명의 의약단체장들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신대현 기자

보건의료계 1년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수가협상)’이 막을 올렸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담보해야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가를 인상해야 하는 의약단체들 간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5명의 의약단체장들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엔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보험부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불참했다.

올해 수가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수련병원 교수들마저 주 1회 휴진에 나서며 병원들의 경영 위기는 커지고 있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날 자리에서도 각 의약단체장들은 어려움을 토로하며 수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성규 병협 회장은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인한 병원계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의 협상은 재정 지출 억제와 건강보험 가입자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이라며 “건보공단이 의료 공급 왜곡을 개선하기 위해 균형 있는 협상에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제때 치료받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것은 건강보험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위태로운 의료 공급망을 복원하기 위한 공단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태근 치협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마경화 보험부회장은 건보공단에 파격적인 재정 투자를 요청했다. 마 부회장은 “여태까지 미래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너무 많은 걱정을 하면서 현재의 막힌 곳을 방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큰 구멍은 별도 재정을 투입해 막을 수 있지만, 작은 구멍들은 수가 협상을 통해 잔비를 내리게 해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광훈 약사회장은 불안정한 의약품 수급 문제로 품절 사태를 겪는 상황을 짚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현재까지 전대미문의 의약품 수급 불안정 및 품절 사태를 겪고 있는 일선 약국 현장 상황이 너무나 어렵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조제 투약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약국은 보험 정책이나 재정 투입 계획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조산원들은 저출산 영향 등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순옥 조산협회장은 “조산원들이 수가가 낮아 폐업을 할 위기”라며 “제일 어려운 시기에 필수의료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수가를 조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보 재정을 책임지는 건보공단의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3년 간 재정 수지는 다행히 흑자를 보였지만, 중장기 재정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며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저성장 기조로 보험료 수입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필수의료 위기, 의료전달체계 왜곡 등을 초래한 불합리·불균형한 보상구조를 정상화하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든든한 건강보험 제도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이 불참한 데 대해선 “가입자와 공급자 간 상호 입장을 서로 이해하는 자리도 마련해 건보공단의 핵심 가치인 소통과 배려에 기반한 수가협상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임현택 회장님을 비롯한 의료업계 관계자분들도 이번달 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수가협상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가’로 불리는 요양급여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1년씩 계약이 이뤄지며, 매년 5월31일까지 체결해야 한다. 해마다 내는 건강보험료는 이 수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수가 평균 인상률은 2021년 1.99%, 2022년 2.09%, 2023년 1.98%다. 건보공단은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5월 셋째주부터 의약단체와 본격적인 협상 절차에 돌입한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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