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을 받는 가운데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라인야후의 ‘탈네이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35분 기준 네이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9% 급락한 18만3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달 26일 18만1500원에 거래를 마친 이후 7.2%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이달 7일 19만4600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10일 기준 3.18% 감소한 18만8600원까지 내려갔다. 이날 하락폭이 유지되며 장을 마칠 경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주가 하락세는 네이버가 보유한 글로벌 메신저 라인(LINE)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악재가 발생한 것에 기인한다. 앞서 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은 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네이버의 사이버 보안 대책 미흡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된 영향이다. 일본 총무성은 네이버 자본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실시했다.
라인야후도 사실상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소프트뱅크는 오는 7월초를 복표로 네이버와 지분 협상을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 목표주가 대폭 조정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25만5000원으로 12% 하향했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 불확실성에 따른 타겟 멀티플 조정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0일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지분법 이익 감소에 따라 올해와 내년 순이익 하향은 불가피하다”면서 “지분 전량 매각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내년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15~20% 수준의 하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라인야후를 64.5% 지분으로 지배 중인 A홀딩스 지분을 50% 보유해 실질적 지분율 약 32%를 갖고 있다”며 “지난 3월 결산 기준 라인야후 순이익은 약 1조3000억원을 기록했고, 네이버의 A홀딩스를 통한 지난해 지분법 이익은 2541억원이었다. 라인야후를 통한 올해와 내년 지분법 이익 추정치는 3000억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네이버 주가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 판단했다. 임 연구원은 “라인야후 지분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내년 순이익에 대한 하향도 불가피하고, 라인을 기반으로 한 일본·동남아로의 글로벌 확장 스토리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연구원은 “라인야후 지분 매각 대금을 이용한 글로벌 M&A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나, 이것만으로 리레이팅 되기는 어렵다”며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왓패드, 2022년 포쉬마크 등을 인수했으나 이익 기여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