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연이은 호재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의 1분기 실적도 개선세를 그렸다. 하지만 업비트와 빗썸 2개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 독점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거래소들간 실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23일 가상자산 업권에 따르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311억원으로, 전년동기(3049억원) 대비 74.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356억원으로 58.4% 늘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년동기(3263억원) 대비 18.1% 감소한 26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보유 가상자산의 회계 기준에 따라 인식 가능한 평가 이익의 폭이 직전 분기 대비 줄었기 때문이다.
같은기간 빗썸의 매출은 1382억원으로 전년 동기(507억원)와 비교해 172%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621억원으로 283%, 당기순이익은 919억원으로 126% 각각 증가했다.
나머지 3개 거래소(코인원·코빗·고팍스)는 분기별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이들 역시 전년 대비 호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코인원의 2대 주주인 컴투스홀딩스의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코인원은 매출 132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112% 상승했다. 지난해 코인원의 전체 수수료 매출이 22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분기 만에 전년 매출의 절반을 달성한 셈이다. 당기순이익도 45억원으로 같은기간 533.8%나 늘었다.
가상자산 업권 관계자는 23일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거래소들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거래량 자체가 유의미하게 늘어나다 보니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실적이 향상된 이유는 1분기에 찾아온 호재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 신규 공급량을 4년마다 절반으로 줄여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오는 ‘반감기’가 찾아왔으며, 지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거래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2분기에도 호재가 남아있어 가상자산 업권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 4월 홍콩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받은데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도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현물 ETF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비트와 빗썸 2강 체제가 굳건해지며 거래소간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23일 오후 기준 업비트의 거래량 점유율은 75.58%, 빗썸은 22.49%를 기록했다. 그 뒤는 △코인원(1.57%) △코빗(0.27%) △고팍스(0.09%) 순으로 집계됐다. 세 거래소의 점유율이 합쳐서 2%가 채 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코빗과 고팍스는 빗썸처럼 수 개월간 무료 수수료 정책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점유율 성장을 끌어내지 못한 점이 더 뼈아프다.
가상자산 업권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면 원화마켓 거래소 중에서도 폐업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상자산 업권 관계자는 23일 “업비트와 빗썸에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뻔한 말일 수 있겠지만 다양한 마케팅과 좋은 자산을 발굴해 상장하는 정석적인 방법만이 해법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