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이 의사 인력 부족과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3년 지방의료원 35곳 중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은 15곳 안팎이었다. 연도별로는 2020년 14곳, 2021년 16곳, 2022년 15곳, 지난해 14곳이 필요한 의사를 다 구하지 못했다.
지방의료원 가운데 가장 의사 정원이 많은 서울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정원이 285명이지만, 실제로는 245명의 의사만 일했다. 인천의료원이나 대구의료원, 성남의료원 등 비교적 정주 요건이 좋은 대도시 혹은 주변 도시 의료원도 조사 기간 매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적십자병원은 6곳 가운데 2020년·2021년 3곳, 2022년 5곳, 지난해 4곳, 올해 3곳이 의사 정원을 못 채웠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인력을 필요한 만큼 뽑지 못한 공공병원도 많았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의료원 중 간호사 부족을 호소한 곳은 24곳(68.6%)이었다. 작년 말 의사와 간호직 모두 정원을 충족하지 못한 지방의료원은 10곳으로, 2020년(8곳)보다 2곳이 늘었다. 복지부는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고자 파견 의사를 2020년 67명에서 올해 6월 81명까지 늘렸지만, 진료 공백을 다 메우지는 못했다.
2020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지방의료원 35곳 중 26곳에서 의사가 부족해 장기간 휴진한 과목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방의료원 20곳의 32개 진료과는 계속해서 의사가 없어 진료 공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조사 기간 5개 진료과 이상의 진료 공백이 발생한 지방의료원은 속초의료원, 의정부병원, 울진의료원 등 3곳이었다.
3개 진료과 이상 진료 공백이 발생한 지방의료원은 9곳에 달했다. 삼척의료원의 경우 지난 2022년 호흡기내과를 폐지했고, 의정부병원은 의정 갈등이 본격 시작되기 전인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응급실을 부분 운영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병원들도 있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5개 지방의료원의 진료비 누적 적자만 2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기준 전남지역 순천·강진의료원의 부채 총액은 수백억원대에 달했다.
순천의료원의 경우 부채 총액이 2020년 121억1968만원, 2021년 133억8179만원, 2022년 129억581만원에서 지난해 132억6923만원을 기록했다. 강진의료원도 2020년 141억1557만원, 2021년 153억9817만원, 2022년 146억4984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45억4095만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기간 지방의료원들은 총 2조969억원의 의료이익 적자를 봤지만, 정부가 지방의료원에 지원한 코로나19 손실보장금은 1조6000억원으로 전체 적자의 76% 수준이었다.
김남희 의원은 “2020년 12월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 등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공공의료기관과 인력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정책에도 지역 공공의료를 살리고, 공공의료 인력을 육성하는 정책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 투입됐던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기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지역의 필수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지방의료원을 살리기 위한 과감한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