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국정 상황에 패션업계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 4분기 매출에도 찬바람이 불면서 연말 특수효과로 반등을 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패션기업 상황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1·2분기에 이어 지난 3분기도 내수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에 영향을 받아 주요 패션기업 매출·영업익이 떨어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영업이익은 3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은 6%, 영업이익은 65%가 급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코오롱 FnC)은 매출 7%가 감소하고 적자 폭도 확대됐다. 한섬은 3분기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31.4% 떨어진 6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입을 모아 성수기로 불리는 4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여름에 비해 단가가 높고, 한파가 예고돼 의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상 계엄령이 선포되고 국민들의 탄핵 촉구가 이어지며 겨울 소비심리가 급감한 모습이다.
명동이나 홍대, 성수 등 주요 상권 자영업자들도 매출이 떨어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보세 옷가게를 운영 중인 상인 A씨는 “이래저래 힘들다. 원래 이 근방이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오는 곳인데, 최근에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명동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46·여)씨도 “원래 연말에는 모임이나 파티 같은 것들이 많으니까, 그런 (연말 모임용) 옷이 12월 초부터 많이 나간다”며 “지금은 그런 모임을 갖기보다는 시위에 사람이 몰리고, 들떠서 놀러 가는 분위기가 안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의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올해 이상기후로 가을이 거의 없어져서, FW 시즌 옷이 재고로 넘어간 경우가 많다”며 “연말 소비에 힘입어 4분기에 최대한 많은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평소보다 할인율을 높인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 등을 계엄령 선포 전에 마쳐 거래액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지난달 22일부터 13일간 4000여개 입점 브랜드가 참여한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해 온라인 스토어 기준 누적 판매 금액 36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1% 이상 상승한 금액이다.
지그재그는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블랙 프라이데이 거래액이 전년 대비 30% 오른 14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마지막 날인 2일에는 결제 건수가 치솟으며 행사 일 평균 거래액보다 75% 높은 실적을 올렸다.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브랜드가 끊임없이 생기며 플랫폼에 입점하는 업체가 늘어나니 이런 플랫폼 기업들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온라인에 기반했다는 점도 매출 상승 요인이다. 플랫폼이 아닌 브랜드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홈쇼핑 채널 등에서 옷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전부 매출 바닥을 찍고 있다. 사람들이 홈쇼핑이 아니라 뉴스만 보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불안이 계속 유지된다면 올 4분기 실적 방어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