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는 치매, ‘의료기기’ 치료 대안 될까

약 없는 치매, ‘의료기기’ 치료 대안 될까

2021년 치매환자 60만명 넘어
기존 치료제는 악화 속도 늦출 뿐
임상대상 선정 어려워 더딘 약물 개발
“의료기기, 조기 진단 가능성 높이며 기여”

기사승인 2023-04-26 06:00:35
쿠키뉴스 자료사진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 치료에 있어 명확한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은 아직 전무한 상황. 최근 이러한 치매 치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의료기기들이 활용되는 추세다. 약물 ‘대체’가 아닌 ‘보완책’으로써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 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약 46만명이던 치매 환자는 2021년 60만명을 넘어섰다. 많게는 20%가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한다고 알려진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같은 기간 약 18만명에서 30만명으로 증가했다. 

현재 병원에서 처방받는 치매 치료제는 뇌의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뇌 속 아세틸콜린효소를 유지시켜주거나 뇌 세포의 활성화를 위해 흥분도를 높여주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닌 뇌가 퇴화하는 속도를 늦추는 식이다. 즉, 치매를 막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치료제 개발 난항…“바이오마커 환자 발굴 필요”

지난해 치매 완치 가능성을 높였다는 신약이 등장했다. 미국 FDA가 허가한 리카네맙이다. 리카네맙은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로 뇌에 쌓여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단백질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작용 위험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김근유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인성 치매의 대표적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증상 발생 약 20여년 전부터 뇌의 퇴행성 손상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 발생 이후 만족스럽게 치료 경과를 바꿔주는 약은 실제 임상 현장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 신약이 조건부 승인됐지만 위험 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 추가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며 “아직 임상에서는 병의 진행을 늦춰주는 네 종류의 알약이나 패취제가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치매 환자에 비해 치료제 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다. 치료제 개발은 15년 전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완치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인 임상 결과는 없었다. 임상 대상을 정하는 것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강성훈 고려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2015년이 돼서야 초기 치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그 이전에는 20년 정도 증상을 겪고 있던 환자들을 상대로 해 효과를 보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최근까지도 초기 치매, 경도인지장애 환자 발굴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임상을 진행하려면 질환의 원인이 되는 바이오마커를 갖고 있는 환자를 발굴해야 하는데, 증상이 없는 환자가 미리 치매를 예방하겠다고 수십만원이나 하는 바이오마커 검사를 받고자 병원을 찾는 경우는 적다”고 짚었다.

‘치료 대안’ 의료기기, 치료제 병행으로 시너지 기대 

이처럼 치매 약물 개발이 더디게 이뤄지는 동안 치료 대안으로 의료기기가 떠오르고 있다. 뇌파를 자극해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전자약, 초기 치매환자의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모바일앱(디지털치료기기), 초기 치매환자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빠르게 발굴하는 인공지능 진단기기 등이 등장하는 추세다.

퇴행성 뇌질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의 예방과 진단, 치료를 목표로 하는 의료기기는 다양한 방면으로 개발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제품들은 연구 단계에서도 활발히 사용되며, 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의 경우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뇌질환을 진단하는 데 실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시험 결과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임상 실험은 환자들을 직접 모집하는 ‘전향적 임상 시험’이 아닌, 과거 임상 결과와 비교하는 ‘후향적 임상 시험’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이 경우 환자들을 모집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빠르게는 1년 안에 임상 시험을 끝낼 수 있다. 반면 약물 임상 실험 경우 기본 수억원이 들고, 기간도 10년 이상 걸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가 향후 치매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약물을 비롯한 기존 치료제 처방과 병행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약물 치료제로 인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더 많은 치매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 전문가들 역시 의료기기가 치매 치료에 있어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약물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강 교수는 “약물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치매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본다. 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개선 모바일 앱을 활용했을 때 수용도도 높았고 인지 개선 능력도 있었다”며 “치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조기 진단인데, 여러 디지털기기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약물 개발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치매 치료제의 만족스러운 효과를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비약물적 치료를 돕는 의료기기들은 치매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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