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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의 대표축제 춘향제를 둘러싼 춘향 영정에 대한 뒷말이 여전히 무성하다.
남원시는 제93회 춘향제가 시작된 지난달 25일 새로운 춘향 영정을 광한루원에 있는 춘향사당에 봉안했다.
남원시는 기존 춘향 영정이 친일작가로 알려진 김은호의 작품으로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교체요구가 빗발치자, 지난 2020년 제90회 춘향제를 앞두고 영정을 철거했다.
이번에 새로 봉안한 춘향 영정은 김현철 작가가 지난 1월 제작에 들어가 완성한 작품이다. 이로써 춘향 영정은 모두 3본으로 늘었다. 1931년 1회 춘향제를 맞아 그려진 1대 춘향상이 있고, 1939년에 김은호에 의해 그려졌으나 6.25때 유실돼 1961년 다시 복원해 그린 2대 춘향상, 이번에 새로 제작된 3대 춘향상까지 3본의 춘향 영정이
남원시는 작가의 말을 빌려 “새로운 춘향 영정은 전통 채색 화법으로 영정을 완성했다”며 “춘향의 머리 모양, 저고리, 치마, 신발, 노리개 등 옷차림 전반은 복식 전문가의 고증과 자문을 거쳤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 봉안됐던 2점의 영정은 1930년대 유행한 복식 형식을 띠지만, 이번 영정은 춘향가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8세기의 출토 유물을 근거로 당시 복식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시민사회단체는 1931년에 제작된 최초 춘향 영정 봉안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남원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는 “최초 영정은 평민의 옷을 입은 어사부인(평등), 태극모양의 색깔인 붉은 저고리와 파란 치마(민족정신), 16살 꽃다운 나이의 춘향이 아니라 부패한 관료 변사또에 맞서 항거한 열녀(항일)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일제가 식민지배 당시 이 최초 영정 대신 친일작가가 그린 그림을 내거는 방식으로 항일정신을 억눌렀으니, 제자리에 돌려놓은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남원시와 시민사회단체의 계속되는 다툼을 지켜보는 역사계와 미술계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설 속 춘향이는 어릴 때 양반 자제와 사랑에 성공한 가공의 인물일 뿐이며, 민족정신을 선양한 이도 아닌데 민족정신 운운하는 게 과하다는 것이다.
도내 미술계 관계자는 “김은호가 춘향 영정을 다신 그린 시점은 1961년이었고, 당시 김은호는 최고의 화가였다”면서 “만일 친일행각이 논란이 된다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김은호의 ‘순종어진초본’ 등도 없애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원=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