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밖에 못산다던 우리 아이가… 기적의 국가대표

4년밖에 못산다던 우리 아이가… 기적의 국가대표

기사승인 2013-01-28 21:23:00


[쿠키 스포츠] “엄마, 아빠! 저를 건강하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9일 개막되는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플로어하키에 출전하는 최경재(20·고양 홀트학교)씨.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운명에 맞선 골잡이로 통한다. 28일 경기도 고양 탄현동 자택에서 만난 최씨는 대뜸 여자친구 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그녀를 위해 반지를 선물했지만 여자친구가 사준 지 하루 만에 잃어버렸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제대로 웃지 않았다. 그래도 그에게 위안이 되는 게 있다. 바로 지적장애인의 스포츠 축제인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이다. 최씨는 “단상에 올라가면 최고가 되는 느낌일 것”이라며 “그래도 다른 팀이 강하니까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덤덤히 말했다. 이렇듯 최씨는 여느 청년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에는 많은 도전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지만 최씨는 그중 ‘최고의 인간승리’로 꼽힌다. 대회 조직위도 그의 인생을 ‘운명에 맞선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최씨는 생후 23개월째 문에 손가락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그게 파상풍으로 이어졌고 뇌 조직에 세균이 침입, 의식을 잃었다. 가족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두 달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중증 뇌성마비 진단과 함께 4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최씨와 그의 가족은 운명을 거부했다. 특히 어머니 김영숙(50)씨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최씨는 지금도 가끔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갑자기 뇌 기능이 떨어지고, 어린 시절 약물치료의 부작용 때문에 코피가 멎지 않아 주위를 긴장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어머니 김씨는 아들이 운동할 때면 ‘5분 대기조’처럼 경기장 한쪽을 지킨다.

그래도 이건 약과다. 김씨에게 지금까지 아들을 뒷바라지해 온 것 중 가장 어려웠던 시절을 물어보니 “매년 3월이었다”고 했다. 일반 초등학교에 아들을 보냈지만 친구들이 괴롭혔고, 그래서 매년 신학기가 되면 선생님을 찾아가 통사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잘해 달라. 그냥 아이가 상처만 안 받게 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 특수학교를 신청한 지 3년 만에 현재의 홀트학교로 전학간 최씨는 이후 운동을 하며 몸과 마음의 상처를 보듬었다. 축구 농구 등을 하다 지금은 플로어하키 스틱을 잡고 국가대표 공격수가 됐다.

김씨는 “사실 내가 하키를 해봤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운동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들이 ‘엄마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호기심이 강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제 ‘나를 건강하게 낳아줘서 고맙다’고 했을 땐 가슴이 먹먹해 한참을 속으로 울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에 맞선 그의 ‘특별한 올림픽’이 드디어 시작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골문을 향해 날리는 그의 스틱과 함께 말이다.

고양=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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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hirte@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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