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농협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위해 특별법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또한 5000개 이상의 지점(지역농협 4627개, 농협은행 1163개)을 가진 친숙한 금융기관으로 1961년 설립된 후 50여년간 농민과 서민들 곁에서 함께 했다. 이런 친숙한 농협은 한때 낡고 보수적인 이미지의 대명사로 비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농협은 2011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중앙회의 ‘신용과 경제사업 부문 분리’(신경분리)라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회사가 NH농협금융지주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신경분리를 통해 설립된 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의 대규모충당금을 쌓고도 3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 1분기에도 2884억원(농업지원사업비 부담전)을 기록, 올해 순이익 1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최근에는 경제 관료의 등용문으로 주목 받고 있다.
농협금융의 주요 자회사는 농협은행을 비롯해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아문디자산운용, 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이다.
농민이 주인인 독특한 지배구조
농협금융의 연결기준 총자산(3월말)은 전년말 대비 2% 증가한 374조원이다. 신탁과 펀드 등의 고객 계정을 합한 총자산은 467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농협금융은 국내 최대 그룹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의 총자산(174조원)을 능가하는 거대 조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같은 거대 조직의 주인은 평범한 농민이다. 229만여명의 농민 조합원들이 출자를 통해 설립된 개별 농·축협조합이 재출자해 농협중앙회를 설립했고, 이런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농협금융은 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이지만 독립적인 경영권과 인사체계를 갖추고 있다. 농협금융 회장도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에 대한 임명권이 없다. 한때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 농업경제지주, 상호금융 등 다른 조직보다 낮은 서열로 취급되던 시절도 있었다. 이와 관련 신동규 전 회장이 재직할 당시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 회장과 마찰을 겪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농협 내에서 각 조직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사소한 오해다.
농협금융은 농업인 조합원을 위한 수익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농협은 농협금융이 농민들의 위해 번 돈으로, 경제지주 등 다른 농협 계열사가 농민을 위한 교육과 비료, 농약 등 농업 관련 제품들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조선·해운 부실을 기회로
지난해 농협은 STX 등 조선·해운업의 부실에 따른 약 1조7000억원 충당금을 쌓고도 전사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위기를 극복, 약 32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총 195개 과제를 선정, 매일 진행경과를 점검하는 열의를 보였다. 일별 손익실적 파악 등 경영 부진 사항에 대한 점검도 강화했다. 또한 산업분석 전담조직 신설 등 리스크관리 체계의 획기적 혁신을 이뤘다. 이런 노력 끝에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농협금융은 국내 금융산업 경쟁심화와 저금리·저성장 기조의 정착을 돌파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을 택했다. 농협금융 계열사들과 함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농업기반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합자·지분투자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미얀마 소액대출회사 설립, 중국 공소그룹 융자리스 지분투자 계약, 베트남 하노이사무소 지점 전환, 인도네시아 만디리 은행과 농업금융 발전을 위한 합작사업 추진 등이 해외진출의 대표적이 사례다. 이처럼 농협금융은 농업 기반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들고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은행 중심이 아닌 지주사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론칭한 올원뱅크는 LA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 선수를 모델로 해 친숙함을 강화했다. 이뿐 아니라 간편하고 편리한 유저인터페이스(UI)로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다’, ‘권위적이다’ ‘군대같다’는 비판도 있지만 농협금융의 직원들간 끈끈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같이 근무하는 직원의 집 숟가락 수도 알고 있다”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이런 끈끈함을 근간으로 농협금융과 은행, 카드, 증권, 생명, 캐피탈 등 계열사 간의 협력은 타 금융사보다 우수하다는 평이다.
경제 관료 등용문 역할도
최근 김용환 회장, 김석동 전 농협경제연구소장이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을 진두지휘할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농협금융은 재조명받고 있다. 여기에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전문가들은 농협 출신 인물들이 경제 정책 핵심 기관장으로 오르내리는 이유를 농협의 준공공기관 성격에서 찾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은 공공적인 성격으로 인해 민과 관의 중간지대라고 보면 된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정부정책 수행의 기능이 많이 있다. 또한 은행은 민간기업으로 보지만 과거 농민을 위한 정책사업을 수행했던 준 공공기관이 성격이 강하다”면서 “농협은 민간과 정부의 양쪽 입장을 모두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 출신들이) 정부 경제 분야 기관장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용환 회장 재임 그리고 미래로 가는 길
김용환 현 농협금융 회장은 역대 회장들 가운데 유일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올초 신년사를 통해 연비어약(鳶飛魚躍)이라는 고사성어를 들면서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듯 도약과 비상을 하는 2017년을 만들자”고 강조한바 있다. 최근 그는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농협금융의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용환 회장은 “그간 리스크와 내실 강화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좀 더 성장하는 쪽으로 경영을 할 계획”이라며 “CIB(은행·증권 통합금융회사) 협의체 구성을 통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인 경영을 하도록 지시했다. 자금력으로 2020년까지 타 금융지주를 따라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수익구조 개선 방안도 내놓았다. 그는 “비효율적 관행은 없애고 수수료나 이자는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릴 참이다. 점포 운영을 비롯해 방카, 펀드 등 비이자이익 부문은 타행과 비교해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할 계획”이라면서 “범 농협 시너지를 활용해 타행과 차별화를 둘 예정이다. 오는 7월에는 계열사별 혁신방안 시행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용환 회장은 NH핀테크혁신센터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대응과 핀테크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각 계열사별로 빅데이터 전략 단을 만들고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또한 센터를 중심으로 금융회사, ICT기업, 유관기관 및 정부와 연계해 국내·외 핀테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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