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태구 기자] 최근 민간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료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새정부가 의료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문재인케어’를 보건복지 정책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가 정착하면 보험금 지급 감소로 실손 손해율이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료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험료가 낮아질지는 미지수다. 인하된다고 하더라고 정부가 정책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발표하는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 있어서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1일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기존보다 20~30% 보험료를 인하한 일명 ‘착한 실손보험’ 출시 후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40세 남자 기준 실손보험료는 단독형 1만7430원이다. 4월 1일 이후 출시된 상품의 경우 1만4569원으로 기존 보험상품에 비해 2861원(16.4%) 덜 낸다.
금융위에 발표와 달리 실생황에서 느끼는 보험료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 실제로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는 금융당국이 발표것 보다 2~3배가량 비싸다. 여전히 보험사가 종합보험의 형태로 특약을 끼워 파는 영업을 일삼고 있어서다.
예컨대 A손해보험의 경우 40세 기준 월 실손보험료는 1만8881원으로 연초에 비해 1만4890원에 3991원(26.8%) 올랐다. 이런 기존보험을 4월 1일 출시된 상품을 갈아타면 1만3433원으로 5000원 가량 절약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금융위 발표만 믿고 실제 계약을 변경하기 위해 보험사를 찾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 보험사가 건강검진과 같은 병원서류가 요구하는 등 단독형 실손보험 가입을 요건을 한층 강화해서다. 서류심사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병원을 치료를 받았을 경우 할증을 통해 더 비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보험설계사들은 이런 서류 심사의 번거로움을 피하고 보다 높은 수당을 받기 위해 사망, 일상배상책임 등 특약을 포함한 종합보험을 가입하도록 소비자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면 40세 남자 기준 실손보험료는 4만원대로 기본보다 2배이상 껑충 뛴다.
바로 이런 점으로 인해 금융당국에서 발표하는 실손보험료와 실생활에서 적용되는 보험료 차이가 2~3배 나고 있다. 50세가 넘어서 실손보험을 뒤늦게 가입하려 했다가 10만원대 보험료에 놀라 가입을 미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4월 1일 이같은 끼워팔기를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면 실손보험 상품을 실손의료비 보장만으로 구성된 단독 상품만 팔아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단독형만 팔도록 제도 개선을 했다. 내년부터는 의무화되기 때문에 이제는 무조건 단독형만 팔아야 한다”고 보험료 인하를 자신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같은 단독형 실손보험 의무적 판매 도입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금융당국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내년 시행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힘들다.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금융당국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는 듯 하다. 내년 4월 1일 이후에도 소비자의 상품 이해도 및 선택권을 제고 차원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사망보험 등 여타 보험을 별도의 보험계약으로 동시 가입은 가능하도록 설계사의 ‘동시판매’를 허용해서다.
보험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도 단독형 실손보험의 경우 충분히 가격이 낮다”면서 “단독형만 낮춘다고 실손보험료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계사들도 자기에게 떨어지는 게 있어야 파는데, 남는 게 없는 단독보험을 누가 팔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설계사들이 실손보험을 계약했을 경우 받은 수당은 단독형 부분을 제외하고 특약부분만 700%(7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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