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업, 신한, 우리, KEB하나 등 5대 시중은행이 재원 부족을 이유로 서민 및 자영업자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지원액은 전년보다 100억원 이상 줄었다. 하지만 재원이 없다던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약 5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주택담보대출 등 여신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이자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B(국민)·기업·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지난해 미소금융대출 실적은 총 819억1800만원으로 전년(923억4900만원) 대비 11.3%(104억2900만원) 줄었다. 미소금융은 저소득 저신용자(6등급 이하)에게 창업·운영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시업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최근 7년간 누적 지원액은 총 5106억1300만원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KB금융)이 1211억5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1204억800만원, 우리은행 1126억6400만원, IBK기업은행 1067억7100만원 순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7년간 지원액이 487억1700만원으로 다른 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희망기금과 미소(금융)기금을 한 재단에서 통합 관리·운영하고 있다. 서민 지원이 두 가지로 분산된 형태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타 금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액이 적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은행재단의 미소금융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를 재원부족에서 찾고 있다.
은행재단의 미소금융 대출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행(금융지주)이 기부한 2530억원이 재원이다. 은행별 기부금은 신한은행 700억, 기업은행 530억, 국민·우리은행 각각 500억, 하나은행 300억(310억 회사측 통계)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기업은행이 15억원을 기부한 이후 더 이상 출연이 끊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지정 기부(출연)금만 낸 후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기존 출연금만으로 미소금융대출을 운영하려다 보니 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수조원을 벌고 있지만 몇 백억원이 없어서 서민 지원을 줄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국내를 대표하고 국민들을 상대로 수조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 실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은행권은 국회의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움직임에 따라 장기 미청구 자기앞수표(연간 2000억원 규모)를 미소금융에 출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은행의 순이익에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찾아가지 않아 그동안 은행의 수익으로 잡히던 부분을 서민들에게 돌려주는 차원이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