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합병 3년차를 맞이하는 삼성물산에 대한 가치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바이오, 레저, 패션과 외식, 건설 등을 아우르면서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달성하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합병 3년 차를 맞고 있는 삼성물산은 아직까지 기대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3년 전에 비해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며, 매출과 수익성도 목표치에 한참 벗어난 상태다. 건설 부문의 직원 이탈도 뚜렷하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신수종 사업으로 불리는 바이오사업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통해 실적을 내고 있다. 다만 바이오 사업은 아직까지 신약 개발에 성과(임상 단계)가 없고, 바이오시밀러도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 합병 3년 차 접어드는 삼성물산, 합병 시너지 물음표…주가 지지부진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에게 합병 후 ‘주주가치 재고’ 및 ‘통합 시너지 효과’를 약속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이라는 목표를 통해 해외건설 수주 강화, 패션 부문 매출 10조원 달성, 바이오 사업에서 1조8천억원의 신규 매출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합병 3년차에 접어드는 삼성물산의 실적과 주가 흐름은 목표치에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매출액은 28조1027억원으로 목표 달성에서 아직 절반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 전망한 삼성물산의 2018년 컨센서스(매출 추정치)는 약 29조8185억원이다.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시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한 대다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약 22만원에서 최대 30만원으로 상향 매수 의견을 냈다. 현재 삼성물산의 주가(3월 5일 종가기준)는 12만7000 원으로 합병 승인 났던 지난 2015년 7월 17일 기준(17만9000원)에 비해 감소했다.
수익성도 정체됐다. 기업의 재무여력과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도 4% 미만에 그쳤다. 예를 들어 기업이 100만원을 투자해도 4만원 미만의 수익을 냈다는 의미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삼성물산의 ROE는 3.27%로 지난 2014년(9.87%)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부문 경쟁사인 현대건설(6.32%), 대림산업(12.95%), 대우건설(22.66%)에 비해 ROE 비율이 낮았다. 삼성물산은 5대 건설사 가운데 GS건설(-0.61%)를 제외하고 수익성이 가장 낮았다.
합병 이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설 부문 인력의 뚜렷한 감소세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전체 매출의 40% 이상(2017년 3분기 기준 41.83%)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하지만 합병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방침으로 건설 부문 인력의 이탈이 어느 부서 보다 큰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2015년 말 직원 수가 1만2083명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 9775명으로 약 2200명 이상 감소했다.
이 가운데 건설 부문 인력은 2015년 말 7952명에서 지난해 3분기 6021명으로 1931명(-24.28%)이 퇴사 혹은 부서를 이동했다. 이는 상사(-13.63%) 패션(-11.39%), 리조트(-3.10%)에 보다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강남권 재건축 초대어 반포주공1단지 입찰에 참여했다가 곧바로 포기하자 또다시 ‘래미안 브랜드’를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연예계 이슈는 증권가 찌라시(정보지)가 터진 이후 곧바로 사그라드는 반면 삼성물산 주택사업 매각설은 꾸준하게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증권가 IB(투자은행) 담당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계열사 가운데 규모가 크지만 한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50분의 1도 못 미친다. 특히 주택사업의 비중은 해외건설에 비해 비중이 적다”며 “선택과 집중을 중시하는 이재용 입장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했다. 건설 부문 직원 수가 급감한 것은 과거 공격적인 해외수주를 위해 인력을 늘였다가 경기 침체와 해외건설 부진 등 이유로 다시 인력을 재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포주공1단지 입찰을 포기한 것은 공동시행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라고 해명했다.
◇ 이재용이 내세운 미래먹거리 사업 ‘바이오’…‘아직은 후발주자..셀트리온 실적에 못미쳐’
삼성그룹에서 합병 시너지로 내세운 ‘바이오’ 사업에 대해서도 금융투자업계 및 제약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합병 이전 제일모직은 지난 2014년 말 공시를 통해 바이오 부문의 사업에 대해 위험이 많아 자금조달을 확신하기도 어렵다고 기재했다가 몇 개월 이후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의 자회사(지분 43.44%)로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CMO)을 담당한다.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삼성그룹 내 미래전략실에서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제약 산업을 선정되면서 설립이 추진됐다. IT·반도체의 뒤를 이을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능력 입증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불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의 사업(반도체)과 별개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시키고 싶어한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열등감과 부러움이 공존하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업이 제약바이오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기업(삼성물산)과 달리 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3월 5일 종가기준)는 46만5500원으로 상장 첫날인 지난 2016년 11월 10일(14만4000원)과 비교해 약 223.26% 상승했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년 간 적자 행진을 벗어나 흑자 전환(영업이익 630억원, 당기순손실 992억원)에 성공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년간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3개의 공장을 잇달아 건설했다. 지난해 완공된 제 3공장이 올해 초 준공 3개월 만에 첫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공장 100%, 2공장 60%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후발주자임에도 패스트팔로워 전략으로 빠르게 세계 CMO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면서 “2019년에는 생산능력 기준으로 1위 업체로 올라선다”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확장과 주가 고공행진으로 직원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직원 수는 2064명으로 지난 2016년 말(1532명) 대비 34.72% 늘어났다. 직원 수가 급감한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삼성의 바이오사업이 반도체·IT와 함께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바이오산업은 반도체와 휴대폰과 달리 후발주자가 나서기 어렵고 아직 바이오시밀러(복제약)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삼성이 그려온 담대한 계획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아직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 개발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시밀러는 일반적인 바이오신약에 비해 투자비용과 기간이 적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지 않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신약 후속의약품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기술 진입장벽이 낮지만 신약보다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데 10~15년 1조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신약 개발 성공률은 높지 않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성공률에 10% 안팎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재 수익원인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은 아직 셀트리온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의 지난해 매출은 900만달러(99억원)에 그쳤다. 반면 동일하게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셀트리온)은 4분기 약 4000억원이 넘는 유럽 매출(점유율 49%)을 기록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바이오사업은 모바일폰 등 IT사업과 질적으로 다른 분야다. 단순 카피한다고 해서 쉽게 만들 수도 없다. 게다가 바이오산업은 반도체와 달리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바이오사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건실한 바이오 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이라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