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위기까지 내몰렸던 최준석(NC)과 정성훈(KIA)이 다시금 날갯짓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뛴 최준석은 원 소속 구단 롯데와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 타구단의 부름을 기다렸으나 발이 느린데다 노쇠한 최준석을 필요로 하는 팀은 없었다.
그럼에도 최준석은 담금질을 지속하며 몸만들기에 힘썼다. 최악의 경우 독립리그 진출도 염두에 뒀다. 초조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옛 스승 김경문 NC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김 감독은 은퇴한 이호준을 대신해 최준석이 베테랑으로서 팀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랐다.
최준석은 결국 연봉 5500만원의 헐값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야말로 백의종군이었다.
개막 이후 7타수 1안타 1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최준석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9일 창원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려냈다.
1대1로 맞선 8회 2사 1, 3루 상황에서 김 감독은 정범모 대신 최준석을 대타로 내세웠다. 상대는 심수창. 최준석은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로 몰린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팀의 4대1 승리를 이끈 결정타였다.
그와 비슷한 처지의 KIA 정성훈 역시 팀 승리를 이끈 맹활약을 펼쳤다.
정성훈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LG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수비 능력이 떨어지지만 타격감 하나는 여전히 팀내에서 수준급이었던 터라 아쉬움이 짙었다. 지난해에도 타율 3할1푼2리 6홈런 30타점을 기록했던 그다.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정성훈도 옛 스승 김기태 KIA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정성훈은 은혜에 보답했다. 29일 광주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회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2안타를 더 추가하며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7대0 대승을 이끌었다.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2회 무사 1루 상황에서 박한이의 강습 타구를 유연하게 잡아내 병살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최준석은 경기 후 “감회가 새롭다. 어렵게 팀에 왔는데 믿고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오늘 내가 보여준 모습이 감독님과 팀이 원하는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에 나갈 때 마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훈은 “대타는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절실함으로 무장한 두 노장의 고군분투에 코칭 스태프와 팬들의 마음도 덩달아 들뜨고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