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험생 다독이는 수능 '필적확인 문구'…올해는

매년 수험생 다독이는 수능 '필적확인 문구'…올해는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이해인 수녀의 시 ‘작은 노래’에서 인용

기사승인 2021-11-18 13:11:37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생 필적 확인 문구는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였다.

이해인 수녀의 시 ‘작은 노래’를 인용했다.

필적 확인 문구 목적은 대리 시험 방지다. 추후 대리 시험 의심 사례가 나왔을 때 필적 대조를 하기 위한 용도다.

필적 확인은 지난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된 후 시행됐다. 당시 휴대폰 문자 송신 시스템을 이용한 부정행위에 연루, 성적 무효 처리를 받은 학생은 무려 314명에 달했다.

이에 교육부는 ‘수능 부정행위 방지 종합대책’ 일환으로 답안지에 시구나 금언을 자필로 쓰는 필적 확인란을 마련, 필요시 필적 감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능 시험장에서 수험생에게 나눠주는 일명 ‘수능 샤프’도 이때 함께 시작됐다.

2019학년도 수능 필적 확인 문구. 연합뉴스

첫 필적확인 문구는 2005년 6월 모의평가 때 윤동주의 시 ‘서시’의 한 구절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이었다.

이후 수험생을 응원할 수 있는 의미를 담은 문장이 많은 학생을 위로했다. 특히 2019학년도 수능 필적 확인 문구로 등장한 김남조의 시 ‘편지’ 속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는 문장은 수험생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다.

수능 필적 확인 문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는 “사람마다 쓰는 방식이 다른 ‘ㄹ’자가 무조건 들어가는 문장을 고른다”, “서로 다른 겹받침이 들어간 문장이 선정된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수능 출제위원들이 12~19자 내외로 국내 작가 문학작품 속 문장을 고른다”면서 “‘맑은’, ’밝은’, ‘희망’ 등의 단어가 포함돼 수험생에게 긍정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문구를 고르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ㄹ’자, 겹받침 등 형식상 기준에 대해서는 “그런 소문을 알고는 있다”면서도 “꼭 들어가야 하는 글자나 그런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필적 확인 문구는 2006년 도입 후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2006년, 2008년, 2009년 3차례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한 시가 두 번 인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2007년과 2017년에 사용됐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고등학교에서 한 학부모가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2007학년도부터 2009학년도에는 차례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정지용 ‘향수’)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윤동주 ‘소년’)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윤동주 ‘별 헤는 밤’)가 필적 확인 문구로 등장했다.

2010학년도부터 2013학년도에는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 (정채봉 ‘첫 마음’)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 ‘즐거운 편지’)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정한모 ‘가을에’)가 선정됐다. 

2014학년도부터 2017학년에는 △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박정만 ‘작은 연가’) △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문태주 ‘돌의 배’)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주요한 ‘청년이여 노래하다’)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정지용 ‘향수’)이 필적 확인 문구로 제시됐다.

2018학년도부터 2021학년도에는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김영랑 ‘바다로 가자’)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김남조 ‘편지’) △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박두진 ‘별밭에 누워’)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나태주 ‘들길을 걸으며’)이 수험생을 다독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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