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들이 고객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 금리를 얼마나 내렸는지 공시될 예정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대출을 받았을 당시보다 신용 상태가 좋아진 대출자가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의 은행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을 마련해 내달 중에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과 이자 감면액이 공시되고 있으나 단순 건수 위주여서 생색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금감원은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를 확대해 공시 대상을 대면과 비대면으로 구분하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에 따른 평균 금리 인하 폭도 공시하기로 했다. 또한 가계와 기업, 신용, 담보, 주택담보대출 별로 수용률을 따로 공시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감독당국이 금리인하요구권 공시 개편에 나선 것은 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금융당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금리인하요구권 이용률은 평균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더라도 수용되는 비율도 30~40% 수준으로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와 관련해 전날 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신용도가 개선된 차주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해 금리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노력도 지속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특히 은행의 금리인하 수용 여부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적극 개선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차주가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하기에 앞서 은행이 차주의 신용상태를 확인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들이 차주의 신용 상태를 점검하지 않거나, 금리 인하 대상임에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경우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밖에 은행이 직접 신용 점수가 향상된 차주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안내하고,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경우 그 이유를 차주에게 설명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