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수료 무료화, ‘이자 장사’ 부추겨...“해법은 규제 완화”

은행 수수료 무료화, ‘이자 장사’ 부추겨...“해법은 규제 완화”

은행권 수수료 면제·감면 행보
수수료 감소 이자수익 의존도 높여
은행권 수수료 다시 높이기 어려워
비은행 사업 확대해 의존도 낮출 것

기사승인 2023-03-03 06:00:22
쿠키뉴스DB

‘이자 장사’ 비판에 직면한 은행권이 각종 수수료 무료화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은행의 이자 장사를 더욱 부추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의 이자 이익 의존도를 높여 이자 장사에 더욱 매몰될 수밖에 없는 수익 구조를 만든다는 우려다. 다만 이러한 우려에 정작 은행권에서는 기존 수수료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보다는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신한은행의 땡겨요와 같은 비은행 사업을 통한 수익 확대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가 전날을 기준으로 모두 무료화됐다. 신한은행이 올해 초 시작한 타행 이체 수수료 면제는 전날 농협은행이 수수료를 면제하면서 5대 시중은행 모두 무료화를 마쳤다. 기존에는 은행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돈을 이체하기 위해서는 건당 300~500원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다. 신한은행이 올해 1월 1일부터 모바일·인터넷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자 뒤이어 국민은행(1월19일), 우리은행(2월 8일), 하나은행(2월 10일), 농협은행(3월 2일) 순으로 수수료를 무료화했다.

은행 수수료는 크게 △예금수수료(송금수수료 등) △대출수수료(중도상환수수료 등) △외환·수출입수수료 △환전수수료 등으로 구분된다. 은행들은 예금수수료는 물론 대출수수료도 면제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 취약 차주의 중도 상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여기에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대출자들이 저금리 특별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기 위한 중도 상환 수수료도 받지 않고 있다. 이밖에 외환·수출입이나 환전수수료도 면제하거나 점차 낮추는 추세다. 타행 이체 수수료 무료화를 이끌었던 신한은행은 최근 미화기준 5000달러 이하 해외송금 시 송금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모든 송금건에 대해 8000원이던 수수료를 5000원으로 일괄 인하했다.

은행권의 이같은 수수료 면제·인하 행보는 이자 장사로 악화된 여론을 인식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 결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3일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면서도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은행권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취약차주 부담완화 등 상생금융을 실천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감원은 올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불합리한 대출금리나 수수료를 매기고 있는지 중점 검사하겠다고 이미 예고했다.

은행권의 수수료 무료화에 따른 우려도 없지 않다. 은행권이 수수료 무료화가 은행의 수익 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우려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순수수료이익은 2조6000억원이다. 국민은행이 65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수익을 기록했으며, 뒤이어 우리은행 5500억원, 신한은행 5200억원,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4300억원 순이다. 이는 순이자이익 26조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은행 수익구조가 이자이익에 쏠린 상황에서 수수료수익 감소는 더욱더 이자 이익 의존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2008년 은행권의 수수료 인상 행보에 청와대 개입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한 번 내린 수수료를 다시 올리기 어렵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우려에도 오히려 최근 수수료 무료화 행보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핀테크의 성장으로 기존 서비스의 수수료 부과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반응이다. 실제 5대 은행이 이체수수료를 면제하기에 앞서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미 이체수수료 무료화를 통해 은행 고객을 흡수하고 있었다. 이에 은행권은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수료 무료화를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봤다. 그러면서 은행권은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고 비이자이익 확대의 해법을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서 찾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수수료를 높여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방안은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나 신한은행의 땡겨요 사업 같은 금산분리 규제에서 벗어난 비은행 사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는 만큼 현 수익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당국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며 “신속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이 이자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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