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이라면 모두 책임지겠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가짜뉴스를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야당의 지적에 내놓은 답변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 기조를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언론보도의 가짜뉴스 여부를 방통위나 방심위가 행정처분하는 것은 헌재 판결에 정면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허위통신죄’를 정의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위헌 판결이 난 것을 거론했다. 그는 “당시 ‘어떤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법 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해 의미 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나와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 집행자’란 행정기관과 심의기구”라며 “허위 정보에 대해서도 (이들조차) 판단하기 어렵다는 판례가 있는데, 언론 보도에 대해서 가짜 뉴스냐 아니냐의 이야기를 방통위나 방심위가 행정처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헌재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해외 사례를 들며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미국의 경우 허위사실이더라도 실질적인 악의가 없으면 형사처벌을 받지도 민사상 보상을 지급해야 하지도 않는다”며 “공인에 대해서는 높은 책임, 언론에 대해서는 더 넓은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언론사 보도 내용에 대해 어떤 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왜 대책팀을 꾸리고 연말 종합대책까지 내놓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이 위원장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사건’을 언급하자, 정 의원은 “그건 검찰에서 수사를 해서 기소만 했을 뿐이지 법원의 판결을 받은 게 아니다. 방통위가 나서면 안 된다” 고 맞섰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방통위의 행정처분이) 나중에 위법적이고 우연적인 행위로 인정되면 다 책임져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이 위원장은 “다 책임지겠다”라며 “엄정한 법 규정에 따라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방심위 심의대상에 ‘인터넷 언론’이 포함된 것을 놓고 외압 의혹도 제기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 신속심의’ 대책과 관련한 방심위 법무팀의 법률검토 의견이 담긴 문서 2건을 언급하며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추궁했다. 1차 의견서에는 ‘인터넷 언론 심의 불가’라는 의견이 담겼지만, 2차 의견서에선 ‘심의 가능’으로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고 의원이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기에 외압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 안 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이 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은 정치 사회적으로 시급한 문제인 만큼, 엇갈린 견해가 있을 때 적극적 행정 차원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보도 논란을 소환하며,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 기조에 힘을 실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포털에서 무책임한 인용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는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포털 이용 비중을 보면 70%에 이르는데 이것은 조사대상 46개국 평균 33%를 두 배 훌쩍 넘는 수치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포털 뉴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영향력 크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포털뉴스는 국민들이 뉴스를 보는 수단인데 그에 비해 사회적인, 공적인 책임을 지지 않게 돼있다”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보완 입법이 필요하고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바로잡기 위해 도입한 게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인데 실제로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막는 방패막이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재차 지적하자, 이 위원장은 “단순한 오보인지 아니면 의도를 가지고 있는 가짜뉴스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정도 확립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제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구조할 수 있느냐는 건데 저희가 방심위와 협조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자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에 무더기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일도 언급됐다. 윤 의원은 “방심위가 뉴스타파 인용 매체에 중징계를 하자 일부에선 과거와 달리 왜 이렇게 가혹하냐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땐 그 이전이 잘못된 거다”라며 “이전 가짜뉴스들에 대한 처벌을 솜방망이처럼 했기 때문에 이번 뉴스타파 허위 날조 녹취록이 나온 게 아니냐”고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녹취록을 전문입수 등 사실 확인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 이 녹취록이 마치 사실인 것을 전제로 무분별하게 인용했다”며 “결과적으로 조작 날조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사건으로 그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답했다.
방통위의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이 정권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왼쪽으로 기울어 있는 방송 지형을 가운데로 돌려놓기를 바란다”며 “방통위가 추진하는 가짜뉴스 대응 시스템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인 허은아 의원도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가짜뉴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거나 나라를 뒤흔들 수도 있다”며 “엄중한 책임을 규정해야 언론의 자유가 비호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