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만든 여야정협의체, 尹 제안은 거절…민주당 속내는

文이 만든 여야정협의체, 尹 제안은 거절…민주당 속내는

尹, 영수회담서 ‘여야정협의체’ 제안…이재명 ‘거절’ 
민주당 “尹, 민생지원금 거절해놓고”

기사승인 2024-05-01 06:00:19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집무실에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맞이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첫 영수회담 자리에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거부했다. 전국민 민생지원금과 관련해 대통령의 결단 없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면피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영수회담에 참석했던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되려면 적어도 대통령이나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민생 회복 조치가 무엇인지 대안을 내놓고 논의해 보자고 해야 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기안에 편성돼 있는 예산을 충실하게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29일 열린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수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이 대표가 거절했다. 민주당 측은 여야정 협의체라는 형태가 아닌 기존에 국회를 활용하면 되는 것이고 또한 민생지원금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결단할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민생회복의 긴급조치가 시급한 데 여야정 협의체로 논의를 할 경우 책임 떠넘기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전날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민생회복지원금 같은 결정을 하려면 여야정 협의체에서 논의해서 결론나기가 어렵다”며 “대통령께서 결단해주시면 빠르게 결정돼서 집행될 수 있는 사안을 여야정 협의체로 넘기는 방식으로 해선 결론을 시급하게 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문재인 정부인 지난 2018년 대화와 협치를 통한 정치 문화의 변화를 시도했던 기구로 꼽힌다. 야당과의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 결정과정에 야당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정치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설치됐으나 흐지부지됐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여야정협의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홍영표 당시 원내대표는 여야정협의체에 대해 협치 제도화를 위해 중요한 장치라고 했으며, 김태년 당시 당대표도 “가능한 빨리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재개해 소통과 협력의 정치를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번에는 여야정협의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윤 대통령이 협치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실제로는 협의를 거부하기 위한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정협의체가 구성된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야당 일부는 정부와 여당이 협의체를 자신들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또한 실질적인 결정과정에서 야당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때 만들어진 여야정협의체는 기대감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가 그만큼 협치에 의지가 강했고 실제로 남북문제 등에 대해선 여야정협의체에서 많이 다뤄졌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결단을 요구했고, 우리당은 계속해서 긴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하자고 했다. 이건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여야정협의체의 역할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국회라는 공간이 이미 존재하는 만큼 여야정협의체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편으론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이 계속 요구해왔던 기구를 현재 거부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꼼수 정치로 보인다”며 “여야정협의체를 만들자고 하면 이쪽으로 다 시선이 쏠리기 때문에 일부러 던진 거일 거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굳이 여야정협의체를 하자는 것은 꼼수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이번에는 여야정협의체를 거부했다는 게 의외”라며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여야정협의체로 풀면 더 좋지 않나. 그런데 책임을 피한다는 근거를 대서 거부를 했다는 건 아쉽다”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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