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의 송출수수료 협상 문제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들이 서로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은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송출수수료 협상을 중재하기 위한 방편으로 메이저리그(MLB)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업계는 혼란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업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중재 방식을 내놨다. 메이저리그는 정부가 특정 인상률을 제시하는 대신 양측이 최종 수정안에 대해 분쟁중재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정부 대안을 두고 홈쇼핑 측은 향후 업계에 번질 수 있는 악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MLB 방식이 승자 독식 체제이기 때문에 기존의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 간 계약 공정성을 따지는 대가검증협의체를 시작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대가검증협의체를 열어 중재하겠다는 게 애초 과기부 목적이었는데 MLB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자체가 기존의 대가검증협의체를 시작한 취지에 위반하지 않냐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한쪽 편을 들어주면 결국 한쪽은 지게 되는 것”이라며 “올해 3월 과기부에서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과도 상반되는 내용이라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블 업계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블랙아웃 가능성이 확산되던 상황에서 정부가 MLB 방식을 제안했고, 사업자들이 동의하는 지는 지켜봐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식 자체는 모 아니면 도인데 사업자들이 본인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어느 정도 양보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중재에 나선 만큼 결국 협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송출수수료 분쟁 조정은 과기부와 업계 간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상황에 따라 ‘블랙아웃’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송출수수료 협상 사태는 IPTV 등을 포함한 유료방송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협상과 관련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홈쇼핑사와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임에도 원만한 계약 체결을 위해 계속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쇼핑과 유료방송 사업자 간 갈등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에 재계약 협상 중단을 통보하며 각각 10월, 9월 말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했다. 최근 롯데홈쇼핑도 딜라이브에 10월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