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고아라 “나정의 사랑은 처음부터 쭉 한 방향이었다”

[쿠키 人터뷰] 고아라 “나정의 사랑은 처음부터 쭉 한 방향이었다”

기사승인 2014-01-06 15:49:00

[인터뷰] 고아라(24)는 작품 활동이 적은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은 10년 넘게 데뷔작
‘반올림’이었다. 예쁜 얼굴, 시원시원한 성격, 훤칠한 키와 나쁘지 않은 연기력. 그러나 배우로서 입지를 넓히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CF 여신’으로 남았던 고아라. 그랬던 그녀가 우리의 ‘불금’을 앗아갈 줄이야. 인기리에 방영된 케이블 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CF 여신이 아닌 ‘성나정’으로 성큼 다가선 고아라를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냥 처 묵으라.” 엄마의 갱년기, 부실한 반찬에 해태가 밥투정을 하자 나정이는 수저로 해태의 이마를 후려치며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응사’의 한 장면이다. 고아라는 해맑게 웃으며 ‘응사’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으로 이 장면을 꼽았다.

“그거 아세요? 저 그 장면에서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냥 처 묵으라’하는데 밥알이 만화처럼 확 튀어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NG 사인이 났어요. 더 웃긴 건 그 후에 진정해야 하는데 너무 웃기니까 웃을 때마다 계속 밥알이 튀는 거예요. 입에서 화수분처럼 밥알이 튀어나왔는데 조명 반사판에 다 묻고 난리였어요. 시청자들께 기회가 되면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화수분같이 튀어나오는 밥알, 반사판에 묻은 씹던 음식의 잔해를 ‘재미있다’며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여배우는 처음이었다.

Q. 성격이 정말 털털해 보인다.

A. 그런가. 원래 이런 성격인데 사람들을 많이 만날 기회가 없어 다들 잘 모르시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싶다. 실제로도 촬영하며 다들 편하게 대해 주셨다. 여배우가 아니라 꾸러기 남동생 같은 느낌으로 사랑 받았다.

Q. 연기하기도 편했겠다. 누가 가장 편하거나 합이 잘 맞았나.

주연 남자배우들이 대부분 10년 이상의 연기 내공을 가진 사람들이라 내 연기를 편하게 받아줬다. 합이 잘 맞는 사람보다는 가장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아 보자면 ‘삼천포’ 김성균. 별말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눈으로 대화를 많이 했다. 피곤하거나 졸릴 때 서로 쳐다보며 ‘힘들지?’ ‘그렇지 뭐’ 같은 느낌의 눈짓을 많이 했다. 서로 피곤해도 눈으로 힘내라고 응원하곤 했다. 드라마에서 연기로 많이 부딪히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Q. 연기 변신을 위해 살을 많이 찌웠다고 들었다. 여배우로서 머리를 자른 것도 과감한데 살을 찌우다니! 얼마나 찌웠나.

살을 찌우는 건 신원호 감독이 내려준 ‘미션’이었다. 4~5㎏ 가까이 몸무게를 불렸는데도 감독은 계속해 더 찌우기를 원했다. 8㎏까지 찌웠고. 지금은 도로 빼는 중이다.

머리는 내가 자르겠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라. 대본을 보자마자 개구지고 꾸밈없는, 선머슴 나정이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감독에게 머리 잘라도 되겠느냐 물어본 후 바로 잘랐다. 사실 긴 머리로 나정을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짧은 머리가 ‘성나정’에게는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나정이가 극 속에서 변하는 시대 유행을 다 따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후반에 크게 유행했던 배우 임은경씨의 통신사 광고 속 뻗친 머리 같은 것 말이다. 감정선에도 비중 많이 뒀다. 사랑을 시작하며 점점 나정이의 머리가 차분해지지 않나.(웃음)

Q. ‘성나정’에 애착이 많은 것 같다. 캐릭터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사실 나는 학창시절에 데뷔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 될 기회가 없었다. 심지어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농구선수의 팬이라니! 덕분에 ‘농구대잔치’ 기사나 당시 뉴스 영상을 정말 많이 봤다. 극중 나정이의 방만큼 내 방에도 상민오빠의 사진이 가득하다. 이젠 나도 모르게 농구선수 이상민 씨를 ‘상민오빠’ 라고 부를 만큼 친근하게 느끼고 있다. 사실 나정이가 쓰레기를 좋아하는 이유도 어쩐지 상민오빠에게서 쓰레기가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반대로 쓰레기에게서 무뚝뚝하지만 멋있는 상민오빠의 체취를 느끼기도 하고.

Q. 그래서 쓰레기를 선택한 건가.

하하. 사람의 매력은 무궁무진하지 않나. 단지 그래서 쓰레기를 선택했다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첫사랑이기 때문일거다. 사실 극중에서 나정의 ‘사랑의 작대기’는 항상 한 방향이다. 단지 그 작대기가 사랑의 결실을 맺느냐, 맺지 못하느냐가 엇갈렸을 뿐이다. 나정의 사랑이 다른 쪽으로 향하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만약 칠봉이가 첫사랑이라면 나정이는 칠봉이를 끝까지 사랑했을 것 같다.

Q. 인대가 파열될 만큼 큰 부상인데도 촬영을 용케 잘 끝냈다.

사실 촬영 막바지에는 잠도 거의 못 잤다. 12월 1일부터 일주일에 2시간 정도 자면 많이 잔 거였다. 매일 밤을 샜고, 다리까지 다쳐 강행군이었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으로 버텼다. 사랑을 받으면 뭐랄까, 마취 효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고통을 잊는다고 해야 하나. 책임감과 더불어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을 마무리했다. 7일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을 만나 사인회만 하고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Q. 차기작 선정에 고민이나 부담 많겠다.

사실 별 부담 없다. 그런 걱정 많이들 해 주시지만 사실 나는 데뷔 후 10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해 왔고, 그 사이 해왔던 작품들이 밑거름이 돼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저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할 뿐이다. 내가 그런 부담을 가질 만한 성격은 아니지만 ‘부담되겠다’며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는 것은 적극 환영한다. 하하하.

Q. 차기작 시나리오는 많이 들어왔나.

상당하다. 가늠 못할 정도? 하하. 농담이다. 다양하고 폭넓은 배역이 많이 들어와 즐겁게 보고 있다. 사실 지금 다리 부상을 당해 6주 정도는 누워만 있으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그동안 신중하게 차기작을 검토할 예정이다. 침대에서 별로 할 일도 없지 않겠나. (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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