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IB(투자은행) 사업 강화를 위해 70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중대형 IB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초대형IB 시대가 도래하면서 나머지 대형 증권사들이 기업금융 부문에서 사업 다각화 및 자기자본 확충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는 이미 지난해 말 IB사업 본부를 새롭게 신설하는 등 사업을 보다 확대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의존했던 메리츠종금증권도 IB 부문에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추세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상증자 시행을 공식화한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해 신한금융투자 등은 대형IB로 발돋움 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달 23일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구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2조6900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9920억원) 35.04% 증가했다. 대형IB(3조원)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증가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SK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대형화를 위해 자본 규모에 따라 업무범위를 차등하면서 최근 2년 간 증권사 인수합병 또는 유상증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업종 환경을 고려하면 하나금융투자의 증자는 필요했던 수순이나, 증자 이후의 자본 규모와 이익 체력 (연 1000 억원대 후반 예상) 감안 시 추가적인 증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1차 목표는 IB사업 확장이고 순차적으로 대형IB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IB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IB부문 본부를 투자금융1본부와 투자금융2본부로 확대했다. IB업무의 핵심 중 하나인 부동산금융본부는 산하에 부동산솔루션실을 신설했다. 배기주 KEB하나은행 IB사업단장이 IB그룹장을 겸직한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금융그룹 차원에서 IB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의 지위를 허가 받은 신한금융투자는 계열사별로 분리된 IB영역을 집결시켰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증권과 은행, 지주, 생명, 캐피탈의 투자 역량을 집결한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사업부문을 출범했다. 기존 CIB(기업투자금융)에서 한발 나아간 개념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별로 분리된 IB 영역을 GIB로 집중시켰다.
사업 포토폴리오도 다각화됐다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이 부동산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NPL(부실채권) 등을 포함한 대체투자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다양한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6일 ‘1세대 IB맨’ 양호철 모간스탠리 전 한국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양호철 사외이사는 미국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 신한지주 조흥은행 지분 인수 등 굵직한 M&A 거래를 맡아 진행했다. 그는 최근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숏 리스트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금융의 강자 메리츠종금증권도 사업 다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인수 금융에서 170억92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냈다. 이 가운데 기업어음(84억2000만원)과 회사채 발행(55억7100만원), 국공채 및 금융채(30억300만원)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IPO(기업공개)의 수익은 전무하고 유상증자의 경우 9800만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메리츠종금증권도 사업 영역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았다. 초대형IB 사업에 대한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받은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을 포함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총 7개다.
메리츠종금은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지속하고 헤지펀드 거래·집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