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거리, 먹거리 한가득” 설 앞둔 고창전통시장 대목장

“살거리, 먹거리 한가득” 설 앞둔 고창전통시장 대목장

- 설 나흘 앞두고 전통시장 북적북적
-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된 첫 번째 설 명절
- 모처럼 자식과 손주들 다 오는데 ‘많이 사야죠.

기사승인 2023-01-19 05:15:02
전라북도 고창읍 고창전통시장에 18일 민속최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오일장이 열렸다. 정찰제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달리 가격 흥정이 가능한 전통시장은 그래서 묘한 매력과 함께 따뜻함이 넘쳐난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고창전통시장은 2016년 골목형시장육성사업을 통해 문화와 관광을 접목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났다. 3일과 8일에 5일장이 선다. 

- 3, 8일마다 열리는 5일장, 18일은 설 앞둔 대목장 
-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 고창의 모든 것 담은 전통시장

“모처럼 서울에서 자식들이 모두 내려온다고 해서 넉넉히 샀어요. 단골집이어서 말 안해도 제일 좋은 고기로 줬을 거예요.” 중절모를 쓴 한 어르신이 시장 내 한 정육점에서 고기를 받아들고 주머니에서 쌈짓돈을 꺼내 주인에게 건네준다. 시장 안에는 우리 물건이 제일 좋으면서 가격도 저렴하다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18일 오전 고창전통시장을 찾은 노부부가 넉넉히 고기를 구입한 후 돈을 건네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 설을 나흘 앞둔 18일, 전북 고창읍 중심에 위치한 고창전통시장이 모처럼 활기에 넘친다. ‘눈먼 새도 설 대목장 보러 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시장 안은 장터를 가득 메운 좌판 사이로 설 대목장을 보러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대목은 대목인가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맞는 첫 번째 설이어서인지 고향의 어르신들은 3년 만에 온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는 모습이다.
설 제수용품에 사용할 한과를 맛보고 있다. 한과류를 판매하는 사장은 우리집 한과와 깨강정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겨세운다.

전통시장 입구에서 한과를 판매하는 유성수(78) 씨는 “한과는 설 명절에 다 못 팔면 재고로 남아서 열심히 팔아야 해요, 오늘 대목장이라 손님이 많아서 다 팔 것 같다.”며 “우리 부부는 정말 자부심을 가지고 전통 먹거리를  만든다. 일단 맛을 보라”며 기자에게 한과 한 조각을 권했다.
심덕섭(60) 고창군수는 “고창사랑상품권 활성화를 통해 고창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설을 맞아 군민들이 고창 지역 내 소비에 동참해 자영업자와 주민이 함께 웃는 행복한 고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장 안 푸줏간에는 선홍색의 신선한 소‧돼지고기가 가득하고 과일가게는 사과와 배, 수입과일 등 다양한 색깔의 신선한 과일들이 풍성하다. 어물전에는 고등어와 갈치, 병어가 가지런히 손님을 기다리고 생선전을 만들기 위한 동태포를 뜨는 손길이 분주하다. 건어물 가게에는 이게 다 팔릴까 할 정도로 많은 조기가 줄지어 걸려있다.  떡집과 방앗간, 옷가게, 한과판매점을 비롯해 이른 아침 시장 초입에 좌판을 벌이고 집에서 가져온 채소와 야채를 팔러온 촌로들로 시장은 온통 사람 냄새 가득하다.

설 밑 대목장이 서면 모든 사람이 장을 보러 간다는 뜻으로 “남이 장에 간다니 자기도 갓을 쓴다”거나 “눈먼 새도 설 대목장 보러 간다” 등 재미있는 속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굽은 허리에 시장 안을 이리 저리 살피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는 조기와 홍어, 사과와 배 등 제수용 과일과 생선과 한과 등이 비닐 봉투마다 가득 들려있다. 갓 삶아 낸 두부의 부드러움과 찐빵가게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대목 장날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킨다.

고창군 해리면 신흥마을에서 야채를 판매하러 온 오일자(69) 할머니는 “오늘 가지고 나온 채소는 다 팔아야하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못 팔았어요.”라며 “광주와 전주에 사는 손자 5명, 손녀 3명이 이번 설에 모두 온다고 했는데 얼른 팔아야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텐데… 그래도 다 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장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웃 소식을 전하고 계절의 별미도 맛보고 구수한 고향의 입담을 들을 수 있는 만남과 소통의 장소이다. 고창전통시장은 3일과 8일이 5일장이 선다. 특히 이 날은 명절을 앞둔 장날이어서 시장 내 방앗간은 가래떡을 뽑고 기름을 짜러 온 손님들과 고소한 냄새와 함께 주문한 떡과 기름을 들고 나가는 손님들로 하루 종일 분주했다.
가래떡을 주문한 할머니들이 시장내 방앗간에서 주문한 가래떡을 맛보고 있다.

시장 방앗간에서 만난 신경숙(82·신림면 성산리) 할머니는 “설에 오는 자식들에게 나눠 줄 가래떡과 기름을 짜러 왔다.”며 “사실 차도 막히고 힘든데 오지 말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다들 내려 올거라면서 빨리 자식과 손주들을 보고 싶다.”고 미소 짓는다.
전통 5일장인 고창 전통시장에는 설 명절을 준비하는 주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이다. “물건 좋아요..., 맛보고 가세요...”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활기차고 오가는 사람들은 망설임과 흥정으로 장터는 더욱 활기가 넘친다.

시장 곳곳에서는 상인과 물건을 사러온 손님들 사이에 기분 좋은 흥정이 오가는 모습이 쉽게 관찰된다. 한차례 ‘깎아 달라, 덤을 더 달라, 더 이상 싸게는 어렵다.’면서 눈치껏 실랑이를 벌이다가 적당한 선에서 서로 양보하면 마침내 구매자의 지갑이 열린다. 잠시 옥신각신 했지만 상인은 인심 좋게 비닐봉투 안에 추가 덤을 넣어주면서 거래는 해피엔팅이다.  버섯을 판매하는 가게 풍경이다.

또 다른 생선 가게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한참동안 가오리 한 마리를 요리조리 살피다 마침내 한 마리를 집어 들었다. 생선찜을 좋아하는 큰 아들을 위해 생선장수 아저씨와 흥정에 들어간다. 눈치 빠른 생선가게 주인은 “오늘 고창 시장에서 제일 좋은 물건을 골랐다”며 너스레를 떤다. 아주머니도 이에 질세라 “앞으로 단골 할테니 생선을 싸게 달라고 한다.” 이 가게에서도 역시 적절한 선에서 가격이 결정됐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마음은 한결 같다. 모처럼 명절에 고향집을 찾은 자식들이 내 손으로 정성껏 장만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그것이 부모의 사는 보람이고 행복이다. 대목장 풍경 취재를 마치고 차에 오르면서 ‘우리 고유 명절은 올 해도 변함없이 잘 이어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한결 마음이 푸근해졌다.

한편,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0~24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519만대로 전년 대비 24%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설 연휴 기간에 맞춰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정하고 관계기관 합동 대책을 수립·시행할 계획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전국 귀성·귀경 이동인원을 총 2548만 명, 하루 평균 530만 명으로 예측했다.



건어물 가게에는 이게 다 팔릴까 하는 정도로 많은 조기가 줄지어 걸려있고, 설 차례상에 올라갈 밤, 대추, 단감을 차가운 길바닥에 좌판을 펼쳐놓은 노점상도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쁘다.


설 제수용품을 이것저것 사다보니 촌부의 주머니 속 쌈지 돈은 어느새 바닥나고, 고이 모아두었던 지역 상품권을 허리춤에서 꺼내들고 ‘한 장 두 장, 만원 이 만원’ 하는 손이 살짝 떨린다.

계묘년 새해에는 모든 가정에 따뜻한 사랑의 온기가 더해지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고창=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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