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늘봄학교의 섣부른 도입으로 교원의 업무 가중, 아동학대 등 학교 현장에서 파행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책 폐기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학기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늘봄학교 도입 이후 학교 현장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교조가 지난 4~11일 늘봄학교 운영 학교 2741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업준비 차질 등 22%에 달하는 611건의 파행 사례가 접수됐다.교원의 업무 부담을 덜겠다는 정부 계획과 달리, 학교 현장에서는 늘봄학교로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교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1학기 늘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강사의 유형에 대해 응답자의 53.7%가 교사(정교사·기간제교사 포함)라고 답했다. 나머지는 방과 후 강사 또는 돌봄전담사 등이었다. 늘봄 행정 업무 담당자 유형도 교원이 8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교사들은 늘봄 담당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시간이 부족했으며 일주일 만에 사직원을 내고 그만두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영국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교육청은 지난달 셋째 주에서야 늘봄 업무 담당 기간제 교사 채용을 시작했다”라며 “새 학기 시작 바로 전주까지도 채용은 3분의 2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용이 된 경우에도 중등 교원 혹은 정년퇴직한 60대 교사가 다수”라면서도 “일주일만에 사직원을 내고 그만두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방과후, 돌봄 업무는 기존 교원들에게 돌아왔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학교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못해 교사들이 늘봄 업무를 담당해야 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17.3%는 ‘‘행정업무를 맡을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지 않은 이유로는 81%가 ‘채용 공고에 지원한 사람이 없음’을 꼽았다. 기간제 교사가 없는 경우 늘봄 행정업무를 맡은 이들은 상당수가 기존 교원(55.5%)인 것으로 집계됐다. 별도 인력을 채용했다는 경우는 27.0%에 불과했다.
이들은 늘봄학교 정책 자체가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 조영국 정책실장은 “이제 막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6시간을 한 교실에 앉아있는다”라며 “아이들이 너무 힘들다고 집에 보내달라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원도교육청은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호도하고 있으나, 같은 교실에 계속 앉아있는 건 6학년도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간 부족으로 인해 교사들은 교실에서 복도로 내몰리고 있다. 조영국 정책실장은 “교실은 교육 공간이면서 준비하는 공간”이라며 “공간 부족을 호소하자 강원도교육청은 교실당 500만원씩 지원할 테니 책걸상과 노트북을 구입하라고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예산만 보내주고 학교에서 다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판했다.
전교조는 “정부는 늘봄학교 정책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돌봄 정책 방향성을 전환하라”라며 “학교에 모든 책임과 업무를 떠넘기는 늘봄학교는 돌봄의 공공성도 교육의 질도 담보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진정 돌봄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미 존재하는 지자체 돌봄 기관들과 학교 돌봄 연계 방안부터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