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공중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옆 소변기에 서있던 중학생 정도의 남자 녀석이 고개를 돌려 내걸 쳐다보더니 갑자기 “우와~” 소리치면서 쏜살같이 내뺀다. 어이가 없었지만 잡으러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에게~’가 아니라 ‘우와~’이니 은근히 뿌듯해지기도 했다.
옛말에 남자가 조심해야 할 것은 세 가지 뿌리로, 언제 어디서든 말조심하라는 혀, 만질 것을 가려야 한다는 손, 그리고 잘못 써먹었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음경이라고 하였다. 혀나 손과는 달리, 음경은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고 크기가 크면 부러움을 받기도 하였다. 음경(陰莖)은 남성의 외부생식기관의 한자어로 우리말로 자지 혹은 좆이라고 하는데, 청소년에게 유해한 비속어로 분류되어 인터넷 검색이 되지 않는다.
섹스에 있어 남성의 성기 형태나 크기가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다. 길이가 길면 좋다거나 굵기가 중요하다거나 딱딱할수록 쾌감을 높인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이러한 얘기들은 여성 질의 형태나 여성들이 느끼는 만족감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남성들 대부분은 음경이 크면 여성들에게 더 큰 성적 쾌감을 준다고 믿는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음경 크기에 만족하는 남성은 55%에 불과하다는 영국 성의학연구팀의 조사도 있다. 여성들도 남성의 음경과 성적 쾌감과의 연관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음경 크기와 여성 성적 만족의 상관관계 연구에서는 성기의 길이가 길수록 쾌감이 잘 유도된다는 결과도 있지만, 여성의 만족도와 음경 크기는 별로 상관없다는 연구결과들이 더 많다.
여성 질의 깊이는 평소 7cm 정도로 성관계 시에는 남성에 맞춰서 늘어난다. 질의 입구에서 1/3 정도에만 신경이 분포되어 있어 질 안쪽은 성감에 크게 영향이 없다. 남성의 음경이 발기 시 5cm를 넘는다면 질 입구 쪽을 잘 자극하여 여성을 충분히 흥분시킬 수 있고, 여성 질 내부로 사정을 할 수 있어 임신에도 문제가 없다.
“내꺼 크지?” “내 것에 만족해?” 자신감 없는 남성들이 섹스를 할 때마다 묻는 바보 같은 질문이다. 음경이 큰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도 있지만, 가슴이 큰 여자를 좋아하는 남성이 있는 것처럼 취향의 차이이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여성들은 남성의 음경 크기에는 별 관심이 없으며, 남성이 마음에 들고 사랑스러우면 음경의 형태나 크기에 상관없이 그 남성을 매력적으로 여긴다.
음경이 너무 크거나 여성의 질이 음경을 받아들이기 힘든, 흔히 말하는 속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여성이 통증을 느끼고 힘들어 하면 남성들 역시 만족을 얻을 수 없는 섹스가 되고, 결국 섹스를 기피하게 된다. 섹스란 남녀가 만족감과 쾌감을 함께 하는 것으로, 여성이 만족할 수 없는 섹스는 남성에게도 즐거운 섹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