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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축구스타 박지성이 시간을 건너뛰었습니다. 32살에서 38살로, 단숨에 나이를 먹은 박지성은 왜 졸지에 38살이 됐을까요? 바로 ‘우라까이(기자 사회의 은어로 기사의 내용이나 핵심을 살짝 돌려쓰는 관행을 지칭)’ 때문입니다.
14일 오전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배우 김사랑과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의 열애설 관련 보초를 최초로 내보냈습니다. 김사랑과 박지성이 9월 결혼한다는 ‘찌라시’발 루머를 부인하는 보도였죠. 그런데 박지성 선수는 이 보도로부터 그만 ‘곧 마흔’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기자가 32살인 박지성 선수를 38살로 오기하는 실수를 범해버린 겁니다. 사실 처음에는 기자도 몰랐습니다. 워낙 빠르게 기사를 써 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기사를 내보내고 곧바로 다른 기사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박지성’이 검색어 1위가 된 후 모니터링을 해보고 나서야 누리꾼들의 댓글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황급히 놀라 기사를 수정하고 나니 재미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로 다른 매체들의 후속 보도였죠. S모 매체, F모 매체들의 후속 보도기사에서도 한결같이 박지성 선수는 38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팬들이 앞다퉈 댓글을 달기 시작했죠. “기자야 미래에서 왔냐” “기자들 오늘 떼거지로 타임머신 탔는가봉가” “김사랑이 연상인데 왜 연하가 된 거지” 등,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헛웃음이 절로 나는 일입니다. 왜 박지성 선수는 졸지에 기자들에 의해 서른 여덟살이 되었는가.
답은 간단합니다. 속칭 ‘우라까이’라고 부르는 매체들의 나쁜 습성 때문이죠. 예전과는 달리 활성화된 인터넷 보도 채널 때문에 기자들은 그 어느때보다 빠른 기사 작성 능력과 동시에 사이트의 트래픽량 충족을 요구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제가 되는 기사가 있으면 일단 급하게 남의 기사를 베껴 단신 처리부터 하게 되는 것고, 이것을 ‘우라까이’라는 비속어로 부릅니다. 1분 1초가 급박한 언론사 특성상, 기사를 확인할 기회는 두세 번 뿐입니다. 게다가 먼저 기사를 쓴 매체와 기자에 대한 ‘신뢰’도 한 몫 합니다. 최초 보도가 된 사안에 대해서는 어쨌든 먼저 보도한 기자가 잘 확인했겠지, 하는 근거 없는 믿음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해프닝도 생기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기자들만을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최근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뉴스 스탠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트래픽 증가를 위해 선정적이거나 질 낮은 기사를 마구 쏟아내는 일명 ‘저질 언론’을 퇴출하기 위한 제도로, 뉴스 이용자 자신이 보고 싶은 언론사만을 선택해 볼 수 있게 하는 제도였죠.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 된 지 약 2개월, 이용자의 시스템 이용 빈도는 현저히 낮다고 추정됩니다. NHN 측은 ‘뉴스 스탠드’ 이용자 비율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어쨌든 이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고, 이용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것 자체는 확실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 ‘뉴스 스탠드’ 제도 때문에 이용자들은 네이버의 메인에서 뉴스를 클릭하기보다는 자신이 보고 싶은 뉴스를 검색해서 그 뉴스만 보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전혀 다른 뉴스를 접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언론사 뿐만 아니라 네이버 뉴스 자체의 트래픽까지 떨어지게 된 것이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로그인해서 클릭, 마이뉴스를 설정해서 그 언론사의 뉴스만 본다는 번거로움보다는 그때그때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원하는 뉴스만 검색해 보는 것이 편하니까요.
이로 인해 선정성 보도를 억제한다는 NHN의 명분은 더욱 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용자들은 검색어 위주의 뉴스만 보게 되었고, 언론사들은 낯 뜨거운 경쟁만 하고 있습니다. 선정적인 검색어 위주의 ‘우라까이’ 단신 기사는 늘어만 가고 “정말 이런게 언론사 뉴스야?” 라고 의심할 정도의 원색적인 화보가 연일 언론사 메인 사이트에 노출이 되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뉴스캐스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고 해서 손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무튼 NHN, 머리가 아프게 됐습니다. 어쨌든 당분간은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뉴스스탠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겠지만, 하루 빨리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해내야 할 참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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