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참 여러 곳에 쓰이는 말이지만 뼈저리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죠.
오늘(26일) 아침부터 저는 전화통을 붙들고 놓질 못하고 있습니다.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어요. 근데 모두들 전화를 받질 않네요.
25일 SBS ‘현장 21’은 국방홍보원 연예병사의 근무 태만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가수 세븐(최둥욱)과 상추(이상철)가 글쎄 안마방에 갔답니다. 다른 연예병사들도 특혜에 가까운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 장이 열렸으니. 이제 가열차게 달려야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일단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기를 듭니다.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군복무 중이니 연예사병들과 직접 통화는 어렵겠죠? 그러니 소속사에게 전화를 돌립니다.
그런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아, 답답합니다. 한 통, 두 통, 세 통. 아마도 기획사의 홍보담당 직원 핸드폰에는 기자의 부재중 전화가 쌓여가고 있을 겁니다. 이쯤 되면 슬슬 이쪽이 더 민망한 상황입니다. “전화 받아”라던 옛날 유행가 가사가 생각납니다. ‘전화도 울고 나도 울고, 할말 있으니 전화 받아’. 저절로 노래가 읊조려집니다.
사실 예상 못 한 상황은 아닙니다. 이런 일은 종종 있습니다. 소속 연예인이 개인 사생활이든 일 관련이든 대형 사고를 친 경우, 기획사들은 대부분 일단은 전화를 안 받습니다. 그래도 통화 신호가 가는 경우는 양반이죠. 아예 전화를 꺼놓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아마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일 겁니다. 섣불리 대응했다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유능한(?) 직원들이기 때문이겠죠.
그렇다고 해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은 평소 그들의 태도 때문일 겁니다. 콘서트, 행사, 팬미팅 하다 못해 소속 연예인이 화보라도 한 장 찍으면 어김없이 기획사에서 요란스레 전화가 옵니다. 딱히 자주 오가는 사이가 아니라도 소속 연예인이 이러저러하니 '예쁘게' 보도해달라는 멘트가 쏟아집니다. 좋을 때는 ‘입안의 혀’처럼 살뜰히 굴다가, 이렇듯 곤란해지면 연락조차 안 되는 그들입니다.
사실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사고를 친 당사자는 따로 있는데 곤욕은 기획사가 치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서 폭격하듯 쏟아지는 질문과 의혹, 혹은 답변으로 인한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당연할 겁니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 회피하려 하기보다는 제대로 사태 진화에 힘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이 벌어졌을 때에는 ‘묵묵부답’이다가, 한참 후에야 으레 “그때 바빠서 전화를 못 받았어요, 이해하시죠?” 라는 멘트, 말씀하시면서도 좀 낯간지러우시죠? 듣는 저희도 그렇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