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멤버 교체? 팬들에게 물어보니…“천년의 사랑도 식는다”

아이돌 그룹 멤버 교체? 팬들에게 물어보니…“천년의 사랑도 식는다”

기사승인 2013-07-11 10:26:01


[쿠키 연예] 아이돌 그룹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각별합니다. 가볍게 시작하지만, 빠지고 나면 돌이킬 수 없어집니다. 잊어버리려고 해도 자꾸 찾아보게 되고, 찾아보다 보면 또 빠집니다. 흡사 ‘개미지옥’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빠진 사랑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관해서는 끝없이 확장됩니다. 아이돌 멤버의 생일 뿐만 아니라 기획사 사장님의 생일도 챙긴다는 팬덤이 있을 정도니 말 다 했죠. “oo이 같은 아이돌을 발굴해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은 “앞으로도 오래오래 oo그룹 보살펴 주세요”라는 명목으로 팬들은 사장님까지도 챙기는 아가페적인(?)사랑을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알고 보면 참 불편한 관계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포장이 어쨌든 사장님과 ‘내 아이돌’의 관계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거든요. 아이돌은 결국 사람이라는 이름의 상품이고, 팬들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밖으로 얘기하지 않을 뿐입니다. ‘내 아이돌’을 발굴해 키워줄 만큼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니까, 하고 믿으려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믿지 않아도 어쩌겠어요, ‘내 아이돌’이 그렇게 ‘선생님’ 혹은 ‘사장님’,‘아버지’등으로 부르며 따르고 있는데. 내가 싫어도 ‘오빠’가 좋다면 그냥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 보게 되는 것이 아이돌 팬의 심리입니다.

그러나 이 관계가 바뀌면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흔히 말하는 ‘멤버 교체-탈퇴’. 이 패턴은 주로 성적이 부진하거나, ‘사고’를 친 아이돌 그룹에 적용됩니다. 이미지가 생명인 아이돌 그룹에게는 신선하거나 깨끗한 이미지는 필수입니다. 더욱이 그룹에 속해 있는 누군가가 대중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사고를 쳤다면 이미지 쇄신은 필수불가결이죠. 그래서 선택하게 되는 것이 멤버의 교체 혹은 탈퇴입니다. 사고를 친 멤버가 빠지고 새 멤버가 들어온다거나 하는 겁니다. 성적이 부진한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집니다. ‘신인 그룹’에서 다른 이미지나 인지도를 쌓지 못하고 고착화된 그룹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거죠.

그렇지만 사실 이건 미봉책에 가깝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그렇게 ‘선생님’하며 따르던 ‘내 아이돌’을 그 사장님이 가지치기하듯 쳐내는 상황이 오면 팬들은 곧바로 등을 돌립니다. 딱히 내가 좋아하지 않는 멤버가 교체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에게 그룹의 멤버는 그룹 그 자체입니다. 팬들이 처음에 좋아했던 그 이상적인 멤버 구성이 깨졌을 때, 팬들의 마음도 깨지고 나아가 기획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는 겁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없으면 죽네 사네 하더니 결국은 피고용인 취급한다”는 실망감도 없잖아 있습니다.

실제로 ‘멤버 교체’, 혹은 ‘멤버 탈퇴’에 대한 팬들의 항의는 엄청난 수준입니다. 지난 2006년, 원래는 12명이었던 그룹 슈퍼주니어에 새 멤버 규현이 들어왔을 때 팬들은 ‘열두 명이 하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13명의 슈퍼주니어를 거부한 바 있습니다. 그룹 2PM의 리더였던 멤버 박재범이 2010년 탈퇴하면서 일으켰던 사회적 반향은 또 어떻습니까. 팬들이 기획사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한 나머지 기획사 앞 ‘1인 시위’까지 나서는 한편, 기획사였던 JYP에 대한 반감이 눈덩이만큼 불어나 남은 6명의 2PM까지도 한동안 팬이었던 ‘안티’들에게 시달려야 했습니다. 사실 그때 화제가 됐던 본인들은 지금 아무런 문제없이 연예인으로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 당시의 팬들에게 그런 것은 논외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아이돌이 해당 그룹에서 자신이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패턴으로 활동하는 것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식은 팬덤에 만연합니다. 그리고 사장님들도 이런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에서 ‘멤버 교체’라는 악수는 가장 마지막으로 미루게 됩니다. 쓰게 되더라도 어느 선에서 써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적정선인지 조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입니다. 아이돌 산업의 핵심인 팬들의 심기를 건드릴 때, 돌아오는 결과는 아주 엄청난 것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멤버들 간의 인간관계나 ‘멘탈 케어’에도 두루두루 힘써야 합니다. 멤버 교체가 아니더라도, 기존 멤버들간의 불화 혹은 ‘비즈니스적’ 관계가 눈에 띄게 된다면 팬들은 똑같이 등을 돌리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어제 기사화된 그룹 티아라의 멤버 아름의 탈퇴 발표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뉴스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방금 위에서 그렇게 ‘멤버 교체-탈퇴’가 악수이며 미봉책이고, 팬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실망감을 부른다고 해놓고 이게 무슨 역설이냐고요? 바로 그룹 티아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룹 티아라는 2009년 데뷔 때부터 이미 멤버가 한 번 교체된 상태로 데뷔한 그룹입니다. 데뷔를 예고했던 멤버 중 두 명이 교체됐고, 데뷔 후에도 리더가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멤버 화영의 탈퇴는 말할 필요도 없는 큰 사건이었고, 이제는 멤버 아름이 탈퇴하고 새 멤버 다니가 합류한다고 합니다. 멤버의 데뷔와 탈퇴가 밥 먹듯 이루어지는 그룹인 셈이죠. 티아라의 자매 그룹인 파이브돌스나 씨야, 스피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파이브돌스나 스피드는 원래 ‘남녀공학’이라는 한 그룹이었죠.

팬들의 반응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룹 티아라의 팬 까페중 한 곳을 들어가 보니 “또냐” “이제 지겹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등의 심드렁한 반응이 주류입니다. 새 멤버에 대한 기대감은 찾아보기 어렵고, 탈퇴하는 멤버에 대한 안타까움도 뜸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는 아름이 짧은 기간 활동 후 탈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덜한 탓이겠죠. 이제 멤버 교체는 이 그룹에게 고질적인 문제가 된 겁니다. 수많은 사건이 있었고, 현재 대중이 결코 곱게 보지 못하는 이 그룹에게 사장님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좋은 곡, 멋진 무대를 선물하기 보다는 그저 멤버 교체로 짧은 미봉책을 번복하기 급급하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건 팬들의 낮은 충성도와 기획사에 대한 불신감입니다.

물론 멤버 교체를 하고 나서 더 상황이 좋아진 그룹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번쯤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하는 교체와 잦은 탈퇴-교체 번복은 근본부터 다릅니다. 아무리 아이돌 그룹이 ‘상품’이라도 ‘인간을 판다’는 게 노골적으로 보이면 불편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그룹들이 그렇게나 친분과 막역함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사장님 여러분, 그렇게 예뻐한다던 그 멤버, 내보내고 나니 살림 편안하십니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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