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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 MBC가 다음 달 23일 방송한다고 발표한 운동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스타들이 다이빙대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스릴과 감동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MC는 신동엽과 전현무가 호흡을 맞추며, 아이비, 슈퍼주니어 강인, 클라라, 샤이니 민호, 시스타 소유, NS 윤지, 배우 양동근, 김영호, 오승현, 개그맨 이봉원, 샘 해밍턴, UFC 챔피언 김동현 등이 도전자로 공개됐다.
KBS2 ‘출발 드림팀’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KBS2 ‘우리동네 예체능’ MBC ‘아이돌 육상-수영대회’에 이어 이제는 MBC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까지. 많기도 하다. 건전한 스포츠로 국민에게 감동을 전달한다는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라인업은 화려하고, 흥미를 돋군다. 절로 TV에 시선을 고정하게 되는 출연진이다. 예쁘고 멋지기만 한 줄 알았던 스타들이 몸매를 드러내고 땀 흘리며 브라운관에서 건전한 승부를 즐기는 것, 보기 좋다. 그러나 동시에 불편해지는 마음 또한 달랠 길 없다.
불편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박진감 넘치는 승부만큼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이다. 브라운관에서는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여태까지 보지 못했거나, 채 관심을 두지 못했던 각종 스포츠 경기들을 재조명하는 한편, 난이도를 올린다. 극한까지 끌어올린 스포츠 경기의 난이도 때문에 스타들은 덩달아 체력의 한계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친다. 덕택에 시청자는 흥미롭다. 그렇지만 거기까지다. 시청률과 비례해 부상의 위험도 높아지며, 몸이 재산인 스타들은 상대적으로 부상을 경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조심한다고 해도 안 다칠 수는 없는 법이다.
올 초 열렸던 ‘설 특집 아이돌 스타 육상-양궁 선수권대회’만 해도 그렇다. 보라는 단거리 달리기에서 힘껏 달리다 결승선에 들어오는 순간 발목을 삐끗해 그대로 세트에 돌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고, 이후 눈물을 흘리며 녹화장에서 빠져나갔다. 뿐만 아니라 달마시안의 다니엘, 에스팀 소속 모델 박지운마저 구르고 넘어지는 등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다. 지난 2012년 ‘설 특집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제국의아이들 하민우가 얼굴 부상을 당했으며, 앞서 달샤벳의 지율, 제국의아이들 동준 역시 각각 허리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출발 드림팀’의 경우 어떤가. 지난 달 28일 방송된 ‘드림팀’에서는 수상자전거를 타던 박현빈이 가벼운 머리 부상을 당했다. 가볍다고는 하지만 녹화 내내 머리의 통증을 호소하던 박현빈은 패자부활전마저 나가지 못했다. 같은 달 21일 방송된 편에서는 오정연 아나운서가 어깨 부상을 당하고도 진통제를 맞고 방송에 임했다. ‘부상 투혼’이라는 타이틀, 말만 좋다. 다음 달 컴백하는 그룹 제국의 아이들은 2년 만에 9인 완전체로 활동한다. 지난 해 5월 해당 프로그램에서 다리부상을 당한 리더 문준영이 부상 때문에 활동을 강제적으로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남는 건 후유증이며, 부상이 추후 스타들의 활동에 끼치는 지장은 어마어마하다. 단 한순간의 시청률을 위해 스타들은 크나큰 핸디캡을 감수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그룹의 매니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출연을 안 하자니 방송사에 밉보일까 무섭고, 하자니 부상이 우려된다. 조심해서, 몸 아껴가며 하라고 녹화 전에 신신당부 하지만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면 PD들 눈치 보랴, 시청률 생각하랴 ‘몸조심’은 자연스레 뒤로 밀린다”고 밝혔다. “‘육상돌’로 몇 차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이돌의 선례들이 있어 더 그렇다. 솔직히 말해 멀쩡히 존재감 없이 프로그램 녹화를 마치고 잊혀지느니 다쳐서 한 달쯤 고생하고 인기를 얻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아이돌들이 있기도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운동 프로그램들이 대단한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출발 드림팀’의 경우 평균 8~9%대의 시청률을 유지 중이며, ‘맨발의 친구들’의 경우 최고시청률은 7.3%에 그쳤다. 심지어 매 회 매 경기마다 배출되는 부상자에 “차라리 폐지하라”는 말까지 난무했던 ‘설 특집 아이돌 스타 육상-양궁 선수권대회’는 유수의 아이돌 수십 팀을 섭외했음에도 불구하고 8.6%라는 시청률에 그쳤다.
‘안물안궁’이라는 누리꾼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가 있다. ‘안 물어봤으며 안 궁금하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아무도 먼저 원하지 않았고,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운동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로 이미 증명된 바 있는데도, 방송사들은 끊임없이 스타들에게 운동을 시키며, 전문 선수들이나 나가는 대회에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가혹한 연습을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그리고 그 과정들은 ‘부상 투혼’ ‘땀 흘리는 스타’ ‘잠도 자지 않고 연습한 성과’라는 말로 포장된다. 영 불편한 말이다. 아무리 몸이 좋고 평소 운동이 취미인 스타들이라고 해도 전문 선수들과 어찌 견줄 수 있겠는가. 예능은 즐거워야 예능이다. 건전한 스포츠라는 명목으로 매 경기마다 그야말로 스타들이 ‘갈려나가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