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샤이니 키의 ‘보니 & 클라이드’, ‘뮤지컬 발성’ 없는 연기 들여다 보니...

[리뷰] 샤이니 키의 ‘보니 & 클라이드’, ‘뮤지컬 발성’ 없는 연기 들여다 보니...

기사승인 2013-09-26 17:11:01

[쿠키 연예] 지난 18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샤이니의 키(본명 김기범)는 본의 아니게 방송 후 스타 아닌 스타로 떠올랐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의 홍보 차 박형식, 김민종, 다나 등과 함께 브라운관을 찾아 시종일관 톡톡 튀는 발언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고, 논란까지 만들었기 때문. 같은 소속사의 연기자 병행 아이돌에 대한 ‘연기 디스’ 혹은 ‘뮤지컬 발성 안 한다’는 발언들은, 키에 대한 선입견 그 이상을 대중에게 안겨줬다.

결과적으로 키는 ‘보니 앤 클라이드’의 홍보라는 목적은 100% 달성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넘어, 기자들에게까지 뮤지컬을 보게 만들었다. 궁금했다. “나의 뮤지컬을 보러 온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안다”며 “내가 뮤지컬 발성 하면 다들 웃을 것 같아서 뮤지컬 발성 안 한다”는 키의 ‘클라이드’가.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가난과 부조리한 사회를 견디다 못해 범죄자가 된 실제 인물 클라이드와 보니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뮤지컬이다. 1967년 개봉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도 유명한 이 커플 중 키는 지난 24일 공연에서 ‘클라이드’를, 가수 다나가 ‘보니’를 맡았다.

뮤지컬 ‘캣치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에 이어 또다시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범죄자인 클라이드 역을 맡은 키의 클라이드는 어땠을까. 뮤지컬 팬들의 지적은 정확했다. 관록 쌓인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 홀로 가요 발성으로 노래를 하는 키의 성량은 확연히 부족해 보였다.

함께 부르는 듀엣이 유난히 많은 ‘벅’역의 데뷔 20년차 배우 이정열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신인이기에 더욱 그랬다. 안정감이 떨어지는 목소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마조마함을 느끼게 했다. 더욱이 키의 목소리는 금속성에 가까운 허스키함이 특징이다. 그룹 샤이니로서 가요를 부를 때는 매력이 급증하지만, 뮤지컬에서 듣기에는 시원한 맛이 떨어진다.

그러나 ‘클라이드’배역으로서의 키는, 그 목소리와 발성으로 인해 자신만의 메리트를 얻은 듯 보였다. 방황하는 청춘의 불안함과 어두움, 한 편의 거대한 쇼에 가까운 클라이드의 인생에 키는 아주 잘 어울렸다. 더욱이 극중 톡톡 튀는 대사는 키의 타고난 예능감에 적합했다.

적어도 클라이드 배역에 캐스팅된 이유는 확실했던 셈이다. 샤이니로서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를 펼쳐왔던 경험 또한 ‘보니 앤 클라이드’의 밑거름이 된 듯 보였다. 보통 아이돌 가수의 뮤지컬 주연에서 보이는 체력의 한계점이 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키의 얄밉거나, 혹은 ‘시누이돌’이라고 불리울 만큼 잔망스러운 캐릭터 또한 ‘클라이드’ 배역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좀도둑으로 시작해 실수로 사람을 죽이기까지의 클라이드, 그리고 사람을 죽이고 중범죄자가 된 후 경찰과 쫓고 쫓기는 클라이드의 내면 갈등 연기를 키는 자기 자신만의 클라이드로 멋지게 소화해냈다.

뮤지컬 후반 어린 클라이드 앞에서 “저들을 안 죽였으면 내가 죽는다”고 오열하는 클라이드의 연기는 이날 키의 연기 중 단연 발군이었다.

그렇기에 공연 관람을 하며 더욱 아쉬운 마음이 더했다. 키는 분명 자신만의 매력이 돋보이는 클라이드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클라이드를 일반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기는커녕 철없는 발언으로 다른 뮤지컬 팬들의 속을 타게 했다.

그의 실력은 적어도 티켓 가격이 아깝지는 않을 정도였다. 차라리 “지금은 미숙하지만, 앞으로는 당당히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뮤지컬 ‘보니&클라이드’는 다음 달 27일까지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총 160분.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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