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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기자] 지난 주는 정말로 이상한 주였습니다. 한 주에 하나 쓰기도 어려운 연예인들의 열애설이 그야말로 쏟아지더군요. 그 중에는 정말로 예쁘고 행복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커플도 있었고, 사람들의 오해 속에 본의 아니게 커플로 오해를 받은 두 사람도 있었으며, 누가 봐도 빤히 연인인데 아니라고 손짓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인피니트 엘의 열애설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다지 큰 화제가 되지 못했던 인피니트 엘의 열애는 점점 랜(LAN)선을 타고 번져나가며 커다란 반향을 이끌어냈죠. 데이트는 했지만 열애는 아니고,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상대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는 소속사의 입장은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습니다.
인피니트 엘의 본명인 ‘김명수’로 포털사이트 검색을 하면 연관검색어가 무시무시합니다. ‘아파’ ‘싫어’ ‘미워’ ‘살려줘’ ‘그러지 마’ ‘믿었는데’라는 단어들 말입니다. ‘실망’이라는 팬들, 다시는 연예인을 좋아하지 않겠다는 말부터, 팬사이트가 모조리 닫히는가 하면, ‘너를 다시 돌아봐라’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팬까지 다양한 팬들의 반응 또한 인터넷을 뒤덮었습니다.
그에 따른 대중들의 반응도 여러 가지였습니다. ‘딱하다’ ‘안타깝다’부터, ‘왜 저러냐’ ‘너희 부모님에게나 잘 해라’ 라는 반응까지요.
우리는 이쯤에서 그런 현상에 혀를 찰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예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한 대중문화 산업에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소비층인 팬들의 마음 말입니다. 단순한 ‘빠순이’라는 비속어로 치부할 게 아닙니다.
아이돌을 흔히 ‘연예인’이라고 칭하지만, 최근의 아이돌을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팬덤 문화를 살펴보면 이는 단순한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1세대 아이돌을 건너, 2세대, 3세대를 거쳐 오면서 진화한 아이돌 산업은 연예 산업이라기보다는 캐릭터 산업에 가깝습니다.
대중, 혹은 코어 팬덤이 소비하기 원하는 ‘캐릭터’에 걸맞는 아이돌을 만들어내고, 그 틀에 맞춰 ‘연기’를 하는 아이돌들을 판매하는 겁니다. 아이돌은 팬들에게는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아이러니한 존재여야 합니다. 한 사람으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해 판매되지만, 한 사람으로서의 행복을 누리려고 하는 순간 그 상품을 소비하는 팬층은 단번에 돌아서게 됩니다.
왜냐고요? 그 아이돌은 더 이상 팬들이 사고 싶어 하는 상품이 아니거든요.
아이돌에게서 돌아선 팬들은 지금 일종의 ‘불매 운동’을 펼치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로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지금, 가차없이 해당 상품에 대한 클레임을 거는 셈이죠.
아이돌도 사람이라고요? 글쎄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그 사람은 자신을 상품으로서 기획사에 판매 권리를 넘긴 것과 같습니다. 기획사는 그 상품을 최대한 예쁘게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고요. 그런 아이돌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의 하나로 ‘연애’를 주장한다는 건 소비자의 기호를 무시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공개 열애를 하며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말한 아이돌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그룹 비스트의 용준형과 카라 구하라, 샤이니의 종현과 배우 신세경의 경우 공개적으로 열애를 인정하고 “예쁜 사랑 지켜봐 주세요”라는 말로 팬들에게 축복을 구했죠. 그러나 이번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비유를 하자면 최근 열애를 인정한 클릭비 출신 오종혁씨의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클릭비 시절 오종혁씨는 팬들이 모두 모인 공개 콘서트에서 당시 열애하던 여자친구를 소개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합니다”라고 콘서트를 일대 이벤트로 만들었고, 그 이벤트의 방관자 혹은 ‘들러리’가 돼버린 팬들은 그 반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나갔습니다.
팬 입장에서 '오빠'의 연애를 감히 반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오빠, 적어도 소비자에 대한 예의는 지켜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변명, 혹은 팬들을 ‘들러리’로 만드는 처신은 화만 키울 뿐입니다. 기억하세요. 아이돌 여러분은 소비재고, 팬들은 소비자입니다. 상품에 문제가 생겼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 혹은 향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올바른 상품 판매자의 자세랍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