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1994년 언론에 회자된 서태지의 ‘백워드매스킹’ 사건으로 이죽대던 삼천포(김성균)는 윤진(도희)에게 목을 졸린다. 94년 서울쌍둥이의 우승을 축하하며 우승주(酒)를 만든 성동일 코치는 20년이 지난 2013년까지 우승주 뚜껑을 열어보지도 못한다. 95년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이날 삼풍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한 칠봉(유연석)의 안전을 걱정하며 발만 동동 구르던 나정(고아라)은 횡단보도에서 멀쩡한 칠봉을 목격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케이블 채널 tvN의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이야기다. 90년대 중반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향수와 함께 극 속에서 자연스레 녹아들어 시청자들을 웃고 울린다. 극 전개와 깊숙이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그렇다면 90년대 중후반의 현대사로 ‘응사’의 내용을 추측하는 것도 가능할까.
◆1994년 4월 8일 야구선수 박찬호 메이저리그 데뷔=지난 11월 30일 방영된 ‘응사’ 13화는 95년도를 그리고 있다. 국내 야구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데뷔의 포문이 열린 것은 94년으로 박찬호에 이어 98년도에는 조진호가, 99년에는 김병현이 연이어 데뷔한다. 사실상 모티브가 된 캐릭터가 없는 칠봉이(유연석)의 캐릭터와, 나정과 쓰레기(정우)의 연애가 막 꽃핀 극중 상황을 볼 때 재능 넘치는 칠봉이의 해외 리그 데뷔를 상상해볼 수 있다.
◆1996년 9월 18일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9월 18일 새벽 강원도 강릉 안인진리에 침투했다가 좌초한 소형 잠수함이 택시기사에 의해 발견되며 대대적으로 보도된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11월 5일 마지막 2명이 사살되며 군 작전이 종료됐다. ‘해태’는 조느라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한 동사무소 방위 덕분에 95년도에 입대한다. ‘응사’판 ‘푸른거탑’과 해태의 휴가 에피소드가 기대되는 가운데, 해태는 과연 무사히 휴가를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당시 휴가를 나왔던 군 장정들은 일제히 복귀 명령을 받아 약 두 달간 휴가를 나오지 못했다.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 신청=대한민국은 97년 12월 국가부도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인 IMF에 자금지원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회사들이 부도 및 경영 위기를 겪었으며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해고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응사’에 등장하는 하숙생들은 중산층 이상의 자제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극중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며 또 다른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을지가 기대되지만 사실상 무리에 가깝다. 시기가 97년도이기 때문. 실질적으로 단 8화만 남은 ‘응사’에서 97년도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기는 힘겹다.
◆1999년 순천교통 부도=2013년 현재 운행 중인 순천교통은 합자회사 을로운수(前 함평교통)에 인수된 회사다. 위에서 언급한 IMF 외환위기 사태에서 비롯된 경영난으로 인해 인수 합병됐다. 96년도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함께 극중 사건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해태의 ‘악운’도 계속될까. 앞에서 말했듯 8화만 남은 ‘응사’에서 이를 다룰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흥미롭게 대입해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요기베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현대사 뿐만 아니다. 극중 인물의 대사로 유추해보는 또 다른 이야기도 존재한다. ‘응사’ 13화에서 나정과 쓰레기는 키스를 하며 새로운 커플 탄생을 선포했다. 이에 나정을 짝사랑하는 또 다른 주인공 칠봉이(유연석)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인용하며 재도전을 예고했다.
극 중 칠봉이가 방송 인터뷰에서 인용한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전설적인 미국 메이저 리그 뉴욕 양키즈의 포수 겸 감독 요기 베라의 말이다. 1973년 그가 감독을 맡고 있던 뉴욕 메츠가 리그 꼴찌를 달리고 있을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고, 뉴욕 메츠는 그 해 보기 좋게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 말이 유명해진 이유는 따로 있다. 뉴욕 메츠는 이후 이어진 월드시리즈에서 7차전의 접전 끝에 패했기 때문이다. 이에 뉴욕 메츠의 팬들을 조롱하기 위해 다른 팀 팬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응사’ 13화 끝의 예고편에서 칠봉이는 “지금이 때가 아니라면 기다려야지”라며 나정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항상 ‘응사’ 속에서 의미심장한 복선을 깔아놓는 제작진의 성향을 볼 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칠봉이의 접전 끝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