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는 정조를 지켜야 한다?… 성범죄 절반이 집행유예, 징역형 4년에도 못 미쳐

부녀자는 정조를 지켜야 한다?… 성범죄 절반이 집행유예, 징역형 4년에도 못 미쳐

기사승인 2014-10-26 13:47:55

성범죄 가해자의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를 받고, 집행유예를 받지 않는 경우에도 형량이 평균 4년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부산 북구)이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양형백서’에 따르면 5가지 주요 성범죄에 대해 법에서는 징역 5년이상, 혹은 10년 이상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실제 판결은 평균 징역 4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성범죄 사건 458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집행유예 비율은 53.39%로 높았고,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은 평균 46.30개월이었다. 강제추행 349건의 경우 집행유예 비율은 74.24%에 달했다.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은 평균 31.58개월로 3년에도 미치지 못했다.

양형백서에 따르면 성범죄의 경우 △양형기준 자체가 낮게 설정되어 엄중한 처벌이 어렵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관계는 양형인자, 참작사유 등에서 반복적으로 고려대상에 넣으면서 형량을 깎는데 일조하며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 의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 정신적 충격과 가족들의 피해 등을 가중요소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형량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조개념’을 양형기준에 넣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됐다. 양형백서는 “법원은 피해자가 불건전한 목적으로 가해자를 만난 사실을 양형에 참작하기도 한다”며 “아직도 법원이 부녀자는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구시대적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영혼을 죽이는 범죄로 육체적 살인보다 훨씬 추악한 범죄”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아동성범죄에 대해 살인보다 강력한 처벌을 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가해자 편에만 설 것이 아니라 억울하게 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고통을 먼저 고려해 엄중한 양형 적용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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