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카르텔’만 문제? 성인사이트·SNS서 여전히 소비되는 불법 촬영물

‘웹하드 카르텔’만 문제? 성인사이트·SNS서 여전히 소비되는 불법 촬영물

기사승인 2019-08-03 07:20:00

#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웹하드 카르텔’을 구성해 불법 촬영물 등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추가 기소됐다. 불법 촬영물의 업로드부터 유통, 필터링, 삭제까지 돈벌이 수단에 이용했다는 점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당시 불법 촬영물을 업로드했던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지워달라는 요청을 하면 회사에서는 더 올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범위와 형량이 높아졌다. 직접 촬영한 영상뿐 아니라 복제물도 불법 촬영물로 인정됐다.     

양 전 회장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9개월여 지났다. 불법 촬영물은 이제 온라인상에서 사라졌을까.

2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4월30일부터 지난 6월30일까지 지원센터에서 삭제한 불법촬영물은 7만5260건이다. 이는 여전히 무수한 불법 촬영물이 온라인에 게재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불법 촬영물이 유통·소비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같은 기간, 불법 촬영물이 가장 많이 삭제 조치된 플랫폼은 성인사이트다. 2만1101건으로 전체의 28%에 달한다. 성인사이트 다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국내에서 접속이 차단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각 컴퓨터에 부여된 IP 주소를 변경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성인사이트에 접속한다. 

개인 간의 파일 공유를 뜻하는 P2P에서 삭제 조치된 불법 촬영물은 1만8569건(24.7%)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SNS 1만2321건(16.4%), 기타(커뮤니티 등) 1981건(2.6%)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됐던 웹하드에서 발견, 삭제된 불법 촬영물은 470건(0.6%)에 그쳤다.  

불법 촬영물 삭제를 지원 중인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 양 전 회장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불법 촬영물 유포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지원센터 대표는 “통계 수치를 정확히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불법 촬영물의 총량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SNS나 성인사이트에서는 여전히 불법 촬영물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혜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업지원팀장은 “최선을 다해서 삭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 한 불법 촬영물이 다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법 촬영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산업의 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촬영물을 피해 영상이 아닌 성적인 것으로 소비하는 폭력적인 성문화가 해당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며 “촬영뿐 아니라 소비·유포·재유포하는 것도 피해자에 대한 범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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