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능력 있는’ 기업 브랜드 제품이라면 기꺼이 소비하겠다는 심리가 소비자에게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이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을 선보여야 하는 이유다. 책임을 다하는 기업과 개인의 선행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기업이나 개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연예인이 연말연시마다 기부를 많이 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고액의 세금을 탈루했고, 병역기피를 한 의혹도 드러났다. 과연 이 연예인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업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기부를 많이 해도 법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를 결코 착한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최근 SNS에서 한 식품 기업이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슈화됐다. 네티즌들은 ‘좋아요’와 ‘공유’로 그 기업을 칭송했다. 취업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다. 기업이 나서서 모범을 보인다는 점이 네티즌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해당 기업 브랜드 충성도와 매출 역시 상당히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문자 그대로 기업 역시 ‘사회’에 속하고 있으니 사회에서 권리와 혜택을 누리는 만큼,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나라가 어수선하고 공포스럽다. 그러나 이때도 대구와 경북지역에 쏟아진 온정의 손길은 우리를 다소나마 위안해 준다. 대구를 가겠다는 의료진이 1000명을 넘어서고 있고, 각 기업과 개인의 성금과 작은 생필품, 온정의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또 장기로 이어지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건물주들의 착한 임대료 인하 운동도 시작하고 있다. 

종교계에선 정부의 협조에 따라 성당도 법당도 예배당도 모임과 기도를 중단했다. 한국 천주교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성당에 미사를 중단하는 조치를 하였다. 사회와 개인은 물론 종교계의 사회적 책임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종교적으론 개인의 신앙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데 ‘예배는 권리’라는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글이 있어 소개한다. 

<예배는 권리다>

"제가 연천 지오피 철책에서 군목으로 있을 때, 매주 예배를 못 드려서 힘들어하는 병사가 있었습니다. 자신은 예배를 오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근무를 바꾸어야 하고,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지요. 그때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배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이자, 동시에 권리입니다. 의무라고만 생각하면 예배를 빠지는 것은 사정을 막론하고 죄책감이 생기지요. 그건 신약의 예배가 아닙니다. 하지만 예배를 권리라고 생각하면 말이 달라집니다. 나의 권리가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기꺼이 권리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성숙한 신앙인이 아닐까요?”

교회가 잠시 ‘온라인’으로 당분간 운영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마음이 찝찝한 사람, 주일성수를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전쟁 때도 일제의 압박에도 예배를 지켰는데...’하면서 지금의 흐름을 개탄하는 사람 등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 그런 교회는 예배를 ‘의무’이기 이전에 ‘권리’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잠시 예배당에서 모이지 않는 이유는, 교회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옮을까봐’가 아니라, 교회가 지역사회에 감염병을 ‘옮길까봐’입니다. 박해시기에 예배를 지키는 것은 외부의 불의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방법이었습니다만, 지금 상황은 다릅니다. 예배를 지키는 것이 지역사회에 해가 될까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일 자유, 예배할 권리를 잠시 포기하고, 온라인 예배 등으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권리로서의 예배’, 이 개념이 예배에 대한 우리 고민을 묶는 작은 매듭이 되었으면 합니다”

종교계의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기업과 개인의 사회적 책임과 다를 바 없다. 생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 이 어려운 시기에 종교가 사회적으로 국민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금진호(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