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군수 박정현)이 문화재청(청장 정재숙), 백제고도문화재단과 함께 백제왕도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부여 가림성(사적 제4호)’발굴조사에서 통일신라시대와 조선시대에 사용되었던 집수정이 확인되었다.
14일 부여군에 따르면, ‘부여 가림성’ 발굴현장은 충남 부여군 장암면 지토리 산 154번지 일대로, 백제 후기 사비도성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산성이다. '삼국사기'에 501년(백제 동성왕 23년)에 쌓았다는 기록이 있어 백제시대 성곽 중 유일하게 축조 연대와 당시의 지명을 알 수 있는 중요유적으로 꼽힌다. 부여 일대의 석성산성, 증산성, 청마산성 등과 함께 도성을 보호하는 거점 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가림성은 1996년 동ㆍ남문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2011년, 2015년에서 2018년까지 총 6차례 발굴조사가 진행되어 동・남문지 축조 형태, 백제 시대 성벽의 축성법, 백제~조선시대에 개축한 성벽의 흔적, 조선시대 수구지, 정상부의 평탄지에 자리한 건물지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북성벽 내측부에 대한 성내의 물을 성밖으로 흘려 내보내기 위한 시설물인 '수구' 및 모아두기위한 '집수'시설을 확인하기 위한 발굴조사다. 지난해 9월부터 조사를 시작하여 조선시대 방형 집수정과 통일신라시대 원형 집수정을 확인하였다.
조선시대 집수정은 길이 490㎝, 너비 450㎝, 깊이 230㎝ 정도이며 평면은 방형의 형태로, 내부에서는 조선시대의 분청사기편, 기와편, 말머리 토우 등의 유물이 출토되었다. 조선시대 중기에 축조되어 가림성이 폐성되는 17~8세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집수정은 북성벽에서 조사된 수구지와 함께 조선시대 성내 배수체계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함께 조사된 통일신라시대 집수정은 조선시대 집수정의 하층과 가림성 북성벽 사이에서 일부 윤곽만 확인되었다. 평면은 원형의 형태로 길이 15m, 깊이 2.8m 이상이다. 가운데 물을 모으는 집수정과 그 외곽에 돌로 축조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시설인 '차수' 및 배수를 겸한 수로가 돌아가는 형태로 부여 석성산성에서 확인된 집수정이 비슷한 유형으로 보고된 바 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으로 내부조사 및 주변 토층조사를 통하여 집수정의 초축 시기와 축조방식 등을 명확히 밝힐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도 문화재청과 함께‘사비도성 외곽 거점성의 실체 규명’이라는 목표아래 부여 가림성의 전체적인 성벽 구조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한 발굴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부여 가림성 외에도 부여지역 백제왕도 핵심유적에 대한 단계적인 조사를 통하여 백제왕도의 실체를 복원할 수 있는 학술자료를 확보하고 나아가 유적의 보존ㆍ관리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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