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로 유치가 확정된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가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유치 경쟁에서 익산에 밀려 탈락한 광주광역시가 정치권을 내세워 유사시설을 추진하면서 도내 청소년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북청소년운영위원회연합회 등 도내 12개 청소년직능단체는 지난 29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립광주청소년 치료재활센터’ 건립 추진에 강한 우려를 표출했다.
이들은 특히 명칭만 다르지 기능은 일란성 쌍둥이와 같은 국립청소년시설이 호남권에서 동시에 추진되는데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여성가족부 공모를 통해 지난 8월 익산시로 유치된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는 설계와 부지매입비 등 내년 예산 17억원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거쳐 국회 예결위에서 심의단계에 있다. 동일한 성격의 국립광주청소년 치료재활센터 건립사업 역시 설계비 10억원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거쳐 국회 예결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설립 운영하는 국립청소년디딤센터는 정서·행동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 치료, 자립, 교육 등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경기도 용인의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와 영남권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 등 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전북을 포함한 광주·전남, 제주 등 호남권역에서도 시설 이용 대상이 늘면서 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 건립이 추진됐다.
여가부는 호남권에 센터 1곳을 설치하기 위해 공모를 진행, 익산시는 광주광역시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유치를 확정했는데도, 공모에 탈락한 광주광역시가 유사시설을 추진해 공모사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들 단체는 “광주광역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광주, 전남, 제주를 수요권이라고 말하고, 익산의 국립호남청소년디딤센터 수요권은 전북과 충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 공모사업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남권에 2개의 유사시설이 들어서면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광주의 시설규모가 확대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공모를 통해 확정된 익산은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광주광역시가 이같이 나서는 것은 익산시와 전북도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익산시에 국립호남청소년디딤센터가 건립되는 것은 정당한 공모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공정과 원칙에 따라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