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합천군의회에 따르면 전체의원 11명 중 9명은 호주 연수를 위해 8박9일 일정으로 지난 9일 출국했다. 조삼술 의장과 권영석 의원은 불참했다.
출장계획서에 나와 있는 의원들의 출장목적은 농업과 복지 분야 우수 사례를 의정활동에 반영하고 국제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선진의회 구현 및 역량 강화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저녁 비행기인 탓에 의원들은 정오쯤 합천군을 나섰고 당시 합천 산불은 주불이 겨우 잡힌 상태로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가 진행 중이었다. 합천 산불은 9일 오후 11시45분쯤 재발화됐고 10일 오전 9시45분쯤 진화됐지만 이런 상황에서 군의원들은 연수를 떠났다.
이에 합천지역 시민단체는 산불 직후 국외연수를 떠난 합천군의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합천군농민회와 '함께하는 합천' 준비위원회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군민이 산불이라는 재난을 겪는 중 국외연수를 강행한 합천군의회는 과연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연수단은 국외연수를 중단하고 당장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산불은 주불이 진화되더라도 잔불로 말미암아 최소 며칠 동안 확산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상식"아라며 "군의회는 이런 상식을 무시하고 주불 진화 이후 서둘러 떠난 관광지 방문 일색인 해외연수가 산불재난을 겪은 주민들을 제쳐두고 떠난 연수는 과연 누구를 위한 연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3시 합천군의회를 찾아 대군민 사과와 연수 이후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군의회 관계자는 "전문 연수기관을 통해 3개월 전부터 이미 계획돼 있었다"며 "환불도 어렵고 위약금 등 수천만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일정대로 연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8일 합천 용주면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불대응 3단계까지 발령되며 헬기 33대와 인력 1500여 명을 투입, 9일 오전 주불은 진화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11시40분 재발화돼 다음날인 10일 오전에 진화됐다.
이번 산불 피해 영향지역은 축구장 230개 정도 크기인 163㏊로 추정된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주민 214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합천=김대광 기자 vj377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