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막 지난 시기에 선대들의 음덕을 기리는 작품을 만들어 개인전을 여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평생 후학을 양성하며 교단에 섰던 학당 정상학 선생(78)과 그의 아내인 고운 박해덕 여사(73).
이들 부부는 10일부터 15일까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중앙대로 181 성산아트홀 제 5전시실에서 '선고(先考)의 시문(詩文)을 중심으로 쓴 정상학 박해덕 항려(伉儷) 서전(書展)'을 마련한다.
항려란 부부, 배필의 다른 이름으로 '대등한 짝'의 의미다.
이번 전시에는 학당의 15대 조인 낙진헌 정인평 선생의 제문(祭文)을 비롯해 진주 정씨 지후공파의 시조를 모신 재실의 기문인 백산재기(白山齋記), 학당의 14대조인 석정공을 모신 재실의 주련(柱聯) 등이 망라돼 있다.
학당의 증조부(정백균)가 지은 시인 ‘김수로왕릉’은 증조부가 100여년 전 진주시 대평면의 고향집에서 말을 타고 의령과 마산을 거쳐 김해 수로왕릉에 도달해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학당의 할아버지(정종화)가 지은 한시 ‘과 거류산(過 巨流山)’은 ‘…驛路停笻壹解顔·여행길 지팡이 놓고 한차례 둘러보니…’ 등 거류산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의 풍류가 잘 버무려진 작품이다.
이 외에도 ‘운헌기’ ‘진주정씨침곡세장유적비문’ ‘효산재’ ‘중추월’ 등 학당의 선친들이 남긴 시와 비문이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작품으로 되살아났다.
고래로부터 수 천 년 동안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무수한 작품으로 만들어졌던 백복도(百福圖)와 백수도(百壽圖) 작품은 학당의 효성과 지극정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이번 전시에서 학당의 영원한 반려자인 고운 박해덕 여사는 세심한 마음과 성의를 담은 한글 서예, 한국화 등을 내놨다.
'금강경' 대작을 시작으로 '반야심경'과 '육바라밀' '부모은중경' 십장생 병풍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학당의 딸들과 며느리 등이 서예와 한국화, 사진 등을 찬조 출품해 효의 의미를 더했다.
학당이 빚은 도자기 작품도 수준급이다.
진주시 대평면 중촌리 출신으로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초등장학사, 교장 등을 지낸 학당 정상학 선생은 "오래 전 문중 대동보를 재편찬하는 과정에서 선대의 시문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가풍의 소중함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비록 서툰 작품들이지만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고(報告)하는 소박한 행사"라고 말했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