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가 본격 도입되면 중소 선사들의 부담이 커져 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탄소세 감당이 어려운 중소선사가 선박 미운행시 운임·물품 비용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친환경 선박(기존 벙커유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LPG·메탄올 등을 연료로 쓰는 선박) 발주량은 2606만CGT(표준환산톤수)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전년(32%) 대비 비중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2020년 1월 선박유의 황산화물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IMO가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친환경 선박 발주량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미국에 오가는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IMO의 탄소규제 발표 이전부터 친환경 선박 운영 준비에 몰두했다. 탈탄소 기조를 보인 유럽, 미국의 움직임을 파악한 것이다.
반면, 대형 선사들과 달리 주로 아시아 역내를 이동하던 중소선사는 이제야 탈탄소 규제 준비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형선사보다 자금 조달력이 부족한 중소선사는 탈탄소 도입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선사의 자금력으로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선사들이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거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스크러버(Scrubber) 등 친환경 기기를 설치해 한다. 대형사 HMM의 경우 운영하는 대부분 선박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했다. 선박 한 척에 스크러버 한 개 설치시 발생하는 비용은 약 70~80억원이다. 선박 1000척에 7000~8000억원이 드는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든 친환경 기기를 설치하든 결국은 비용으로 이어지고, 투자가 필요해 규모가 작은 중소선사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친환경 설비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중소선사에게 친환경 선박 및 기기 미설치를 이유로 정부가 탄소세를 부과하게 되면 결국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탄소세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이 재현되는 것”이라면서도 코로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당시 물류 대란은 선박 배송 시일이 늦어지며 발생했지만, 탄소세 부과로 선박이 폐업하면 사실상 공급망이 단절돼 화주와 소비자의 가격 부담으로 이어져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에너지·금융기업도 참여하는 글로벌 조선·해운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