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행동 대비책이 ‘PA간호사’ 활용?…“불법 조장”

의사 집단행동 대비책이 ‘PA간호사’ 활용?…“불법 조장”

정부 PA간호사 활용 대책에 간호사들 반발
“PA간호사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 놓여”
전공의 집단사직에 복지부 “법적·행정적 조치”

기사승인 2024-02-17 12:00:02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사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집단 사직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논란을 낳고 있다. 의료대란 발생 시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하겠단 방안인데, 불법을 막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낳을 수 있단 지적이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준비 중인 의료대란 대책은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 △PA간호사 역할 확대 △공공의료기관 활용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PA간호사는 의사의 역할을 일부 대신해 수술, 검사, 응급상황 시 의사를 지원하는 인력이다. ‘수술실 간호사’ 혹은 ‘임상전담 간호사’로 불리며 전국에서 1만명 이상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에는 PA간호사와 관련된 규정이 없어 정부가 제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아직 파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앞으로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의사들의 집단행동 시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 커뮤니티에서 “PA간호사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비판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간호사들도 일제히 우려를 쏟아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환자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PA간호사를 활용하자는 것은 무책임하단 반응이다.

서울 소재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6년차 간호사 서지혜(32·가명)씨는 “PA간호사는 부족한 의사 수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인력인데 의사들이 파업한다고 PA간호사를 활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PA간호사도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지시 하에 움직이고 환자 처치를 시행하기 때문에 의사의 공백을 완벽히 메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빅5병원 심혈관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년차 이서현(29·가명)씨는 PA간호사 활용 대책은 간호사들의 불법적인 행위를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간단한 환자 상태 체크와 처치는 간호사 선에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승압제 투여나 기관절개술 같은 응급환자 조치는 어떻게 교육하고 시킬 것인지 명확한 대비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는 대응책을 다른 곳도 아닌 정부가 내놓았다는 게 기가 차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거린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간호사단체인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정부의 의료 개혁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의사 집단행동으로 간호사의 업무가 과중되는 등 피해를 입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간협은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손혜숙 간협 제1부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 파업에 따른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정부가 PA간호사를 활용한다고 해도 우리 간호사들은 코로나19 때와 마찬가지로 절대로 병원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PA간호사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정부는 간호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적인 조치나 보호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또다시 국민들을 저버리려 하고 있다”며 의사들을 비판했다. 탁 회장은 “의료인의 제1책무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라며 “의사단체는 의료인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의사들이 두려워할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의사들의 병원 이탈로 의료현장에 남은 간호사들은 번아웃을 겪었다”며 “이번 파업으로 간호사들이 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부당한 업무 지시 등에 대한 대책들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에 대해 엄중 대응을 예고했다. 최대 의사면허 박탈까지 고려하고 있다. 박 차관은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 연가 사용 불허와 필수의료 유지명령을 발령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환자를 담보로 한 모든 행위에 대해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의사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지난 16일 전공의 집단 사직서가 제출되거나 제출이 의심되는 수련병원 12곳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실제 사직서가 제출된 병원은 10곳이었다. 해당 병원 근무자 중 총 23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미근무가 확인된 병원은 4곳, 전공의 103명이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를 명령했다. 병원별로 서울성모병원 48명, 부천성모병원 29명, 성빈센트병원 25명, 대전성모병원 1명이었다. 업무개시명령 이후 전공의 100명은 업무에 복귀했다. 복귀가 확인되지 않은 3명에 대해선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했다.

집단 휴학 등 의대생들의 반발도 다음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첫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정부 투쟁방안 로드맵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어 비대위와 16개 시도의사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함께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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