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의 종합병원과 전공의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꾸고 있는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진료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진료지원 업무 범위를 현장에서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지침’을 금일부로 안내하고 27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는 의사의 역할을 일부 대신해 수술, 검사, 응급상황 시 의사를 지원하는 인력이다. ‘수술실 간호사’ 혹은 ‘임상전담 간호사’로 불리며 전국에서 1만명 이상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면 PA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단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만 가능하다. 의사의 지시 감독 없는 간호사의 의료 행위는 ‘불법’의 영역이다. 이에 복지부는 시범사업의 법적 근거로 ‘보건의료기본법 44조’를 꺼냈다. 해당 조항은 국가가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차관은 “PA간호사는 의사의 진료를 지원하는 등 의사 부족으로 인한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며 “다만 의료 행위가 다양하다 보니 PA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각급 의료기관의 장이 간호부장과 협의해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간호사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어 불법진료에 내몰리고 있다며 간호사에 대한 업무 범위 인정과 PA간호사의 법적 안전망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지난 23일과 25일 서울성모병원과 서울대병원을 각각 방문해 현장 간호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전공의들의 업무가 법적 보호 장치 없이 간호사들에게 떠넘겨지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이 걱정 없이 환자를 보살필 수 있도록 정부가 법적 안전망을 즉각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간호사들에 대한 보상체계도 구축해 필수의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