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시한 당일인 29일, 한시라도 치료가 급한 환자와 보호자들이 모여 전공의 복귀와 함께 의료대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는 사직 방식의 집단행동을 멈추고, 응급·중증환자에게 돌아와 이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 불안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단체는 “중증환자는 적시에 치료를 받는 것이 생명 연장을 위해 중요하다”며 “질병의 고통,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치료 연기는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집단행동이 또 발생해도 앞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단체는 △전문의 중심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 개선 △진료지원 인력(PA) 법제화 △의료대란 발생 시 응급·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비상진료 체계 운영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중증질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은 나날이 쌓여간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26일과 28일 이틀간 심장질환, 희귀질환, 중증당뇨 등 5개 중증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총 13건의 불편 사례가 접수됐다.
진미향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대표는 “수련병원에서 간호사 등이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버팀목마저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며 “중증환자에게 수술, 방사선치료, 장기이식, 조혈모세포 이식 등 치료 연기는 사형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명석 한국건선협회 부회장은 “전공의 집단행동 장기화로 인해 환자와 그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입원·외래 진료나 수술 연기 통보를 받은 중증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절망감, 환자 가족들의 당혹감, 분노는 상상 이상이다”라고 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 연합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료 거부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 회장은 “이번 의료대란을 주도하는 의사 집단을 보면서 조직 폭력배나 다단계 조직보다 더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발 나이팅게일 정신과 히포그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희귀 난치질환을 가진 중증질환자들의 생명을 살려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