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구걸하고 싶은 심정”…의료공백에 중증환자 불안 고조

“생명 구걸하고 싶은 심정”…의료공백에 중증환자 불안 고조

항암 2주째 미뤄지고, 수술 일정은 취소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전공의 복귀 촉구

기사승인 2024-03-05 11:05:49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인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죽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 무모하고 잔인한 싸움을 제발 멈춰주세요.”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대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료인들의 병원 복귀를 바라는 중증질환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5일 호소문을 통해 “의사의 본분을 망각하는 일은 어떤 경우가 됐든 국민과 환자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라며 의사들의 의료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의료 공백 속에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의료계는 ‘나 몰라라’하며 의료 현장을 떠났고, 정부가 준비한 대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해 고통과 피로도는 점점 치솟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만은 어느 순간에도 정치적으로도, 어느 잘난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도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무엇이 여러분의 사회적 책무이고 직업적 윤리인지 꼼꼼히 생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합회 소속 회원 단체장들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백민환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회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음에 불안해하고 공포에 떨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요구했다.

변인영 한국췌장암환우회 대표는 “‘당장 죽을 병이 아니다’라며 2주째 항암을 미루고, 항암을 견뎌 겨우 얻은 수술은 ‘응급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취소되는 상황”이라며 “강대강으로 치닫는 사태를 바라보는 환우들은 생명을 구걸이라도 하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전국 환자들의 피해사례는 늘고 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총 781건의 환자 불편 사례가 보고됐다. 수술 지연이 256건, 진료 거절 33건, 진료 취소 39건, 입원 지연은 15건 발생했다. 의료이용 불편상담이 349건, 법률상담지원은 89건 이어졌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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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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