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교수들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재조정 등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휴진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휴진 첫날인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휴진은 학교를 떠난 학생들과 면허 정지 위험에 처한 전공의, 의료현장 붕괴를 견디지 못한 교수들이 뜻을 모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현안 발표를 통해 “근거 없는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과 전문가들의 의지를 무시하는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며 “최근 몇 달간 정책이 옳지 못했고, 의료를 유지할 여건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부르짖었지만 6월이 될 때까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전체 진료 참여 교수 967명의 절반 이상인 529명(54.7%)이 휴진에 참여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62.7%였던 수술장 가동률은 33.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는 다른 병·의원에서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의 정규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며,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희귀질환자 진료와 응급실, 중환자실 운영 등은 이어나간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진료가 조정되지 않은 분이 계실 텐데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 오셨으면 좋겠다. 약 필요한 분도 진료받길 바란다”면서 “당연히 중환자실, 응급실은 열려있다. 우리의 진의는 환자들을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휴진 철회 요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 △상설 의정협의체 구성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및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 등을 제안했다.
방재승 전 비대위원장은 “서울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한국 의료가 붕괴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서 그간 정부와 국민들에게 수도 없이 말씀드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들의 귀를 닫게 만들었고, 저희들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교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비대위 조건이 수용돼야 휴진을 철회할 수 있다”고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