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지나간 자리, 동해에 남은 건...
봄바람엔 매캐한 연기가 섞여 있었다. 아린 내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목에서는 기침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10일 오전 강원 동해시 어달동 하늘에는 여전히 재가 날았다. 산불이 휩쓴 자리. 검은 상흔은 넓고 깊었다. 소나무로 울창했던 숲은 민둥산이 됐다. 까맣게 탄 논밭 한쪽에는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한 동물 사체가 있었다. 마을 곳곳에는 그날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듯 소화기가 굴러다녔다. 농부의 손과 발이 됐던 경운기는 녹아내렸다. 지난 5일 강릉시 옥계에서 시작한 불은 90시간 만에 강릉시 1900ha, 동해... [민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