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당신이 모르는 패션 ⑥ : ‘똥구덩이 파리’향수가 발달한 궁정 문화

[Style] 당신이 모르는 패션 ⑥ : ‘똥구덩이 파리’향수가 발달한 궁정 문화

기사승인 2013-02-23 13:00:03


[쿠키 문화] 프랑스, 아름다운 베르사유 궁전에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그 아름다움에 앞서 미묘하게 궁을 감도는 냄새에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을 몇백 년이나 감싸고 있는 요상한 냄새. 알고 보면 그 냄새는 우리가 지금도 즐기고 있는 향수의 원천이다. 사실 향수가 더러운 프랑스 궁정 문화 때문에 생기게 된 것이라는 사실은 아주 유명하지만, 실상 그 문화가 어땠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냄새가 지독해 향기로운 향수로 커버했다는 그 궁정문화는 과연 어땠을까.

기실 사람들이 보통 상상하는 것보다 대단했다. 당시의 패션 아이템 중에는 지금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꽤 존재한다. 그 중의 한 가지가 바로 드레스 속 요강. 베르사유 궁전에는 따로 화장실이 없었고, 귀부인들의 드레스를 보강하는 페티코트와 속치마는 수십 겹에 달했다. 결국 드레스를 일일이 입고 벗기 번거로웠던 귀부인들은 드레스 속에 작은 요강을 설치하게 된다. 선 채로 파티를 즐기며 아래로는 배설물을 받아내는 요강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당황스러운 아이템이다. 게다가 그 요강은 실상 그리 완벽하게 커버를 하지 못해, 귀부인들이 지나간 복도는 오물로 가득했다고 한다.

또한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 미모와 사치 외에도 꼿꼿하고 빈틈없는 발걸음으로 우아한 몸짓을 구사해 사교계에서 롤모델이 되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 인기에는 눈물이 날 만한 이유가 있는데, 사실 궁정 사교계의 수많은 귀부인들은 궁 복도에 여기저기 쌓인 배설물 덕에 일일이 발밑을 보느라 제대로 된 우아한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드레스가 지저분해지기라도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다시 돌아와 파티를 즐겨야 했기 때문. 궁전이 자신의 집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만이 배설물과 오물을 신경 쓰지 않고 거침없이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 시대의 화장 또한 당황스러운 지경에 이르러서, 수은과 납으로 화장했던 16세기보다는 조금 더 나아졌지만 여전히 밀가루로 화장하던 귀부인들은 세수를 하지 않고 그 위에 밀가루를 다시 덧바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심지어 그대로 평생 세수를 하지 않은 채 죽어서 시체가 되어 부패하면 평생 쌓였던 밀가루 화장이 시체가 부풀어 오르며 쩍 갈라져 떨어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니 이 어찌 아니 당황할 수 없을까. 그야말로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볼 수 있는’베르사유 궁이었던 것.

말년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쁘티 트리아농이라는 여름 별궁을 꾸며 그 곳에서 조용히 살아가며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만 만나며 살아갔다고 한다. 당시의 귀족들은 당연히 왕비로서 해야 할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그녀를 무례한 오스트리아 여자라고 욕했다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아주 안 가지는 않는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름 아닌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인 것이다. 청결과 위생을 강조하며 일주일에 세 번은 목욕을 했다는 오스트리아 여제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로 시집와 맞닥뜨린 이 더러운 궁중문화는 그녀에게 컬쳐쇼크 그 이상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궁정이니, 당연히 악취가 쌓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위생 또한 불결하다 못해 성병에 걸린 귀부인과 귀족 남자들이 득실거렸다고 한다. 향수가 발달한 것도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베르사유 궁에 굳건히 버티고 있는 그 악취를 이겨내기 위한 방편이라 생각하면, 어쩌면 너무 약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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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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