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변호인’ 송강호 “생애 처음으로 연기 연습 했다” ①

[쿠키 人터뷰] ‘변호인’ 송강호 “생애 처음으로 연기 연습 했다” ①

기사승인 2013-12-04 16:28:00

[인터뷰] 배우 송강호(46)는 작품 결정이 빠른 배우다. “나는 시나리오를 오늘 받으면 내일은 대답하는 사람이에요. 거절을 하더라도 빨리 거절해야 상대방도 다른 배우를 준비하니까.”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은 그의 손을 한 번 떠나간 시나리오였다. 준비가 안 돼 버겁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송강호는 ‘변호인’이 “눈에 밟혔다”고 표현했다. 송강호에게 ‘변호인’은 자꾸 잊혀지지 않고, 다시 보게 되는 ‘운명’ 같은 시나리오였다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를 맡은 ‘부림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변호인’은 송강호에게 짐이 됐다. 고인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송우석’은 떠나보내기엔 눈에 밟히고, 가볍게 들기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의 문제보다는 내가 책임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는 송강호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렵기까지 했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며 당시의 마음을 털어놨다. ‘변호인’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하루 만에 거절했던 송강호는 다시 양우석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나리오를 거절한 지 꼭 일주일 만이었다.

송강호가 고인을 만난 것은 딱 두 번이었다. 한 번은 10년 전 모범 납세자로 선정돼 표창 받았을 때다. 두 번째는 배우 전도연이 2007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영화인들과 함께 식사를 했던 기억이다. “둘 다 제가 주인공인 자리가 아니었어요. 제게 익숙한 분도 아니었고. 그 때 만났던 것 보다는 TV 틀면 나오는 모습이 더 익숙했고 기억에 남았죠.”

송강호는 변호사 송우석을 연기하기 전에 큰 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 “생전 고인의 모습을 따라가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보면 정말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대통령 시절보다는 청문회 때의 강렬함과 진실을 위해 파고드는 열정적인 모습을 포함한 큰 그림이 있었어요.”

배우와 제작진, 너 나 할 것 없이 화기애애한 촬영장 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있었다고 송강호는 회상했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모두가 긴장했다.


“생애 처음으로 연기 연습을 했어요. 촬영 5분전까지도 연습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다른 작품이 가벼웠다기보다 ‘변호인’은 좀 남달랐어요. 한 프레임도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강호는 그 어떤 작품을 할 때보다 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기곤 했다고 전했다. 모티브가 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자신의 연기로 다른 사람의 고귀한 삶에 티끌을 묻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 ‘변호인’은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만들어낸 용공조작사건인 부림사건을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돈만 아는 세무 변호사였던 송우석이 이 사건의 변호인을 맡게 되며 경험하는 이야기들을 그렸다. 18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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