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쓴 실제 주인공은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보치아 선수로 출전하는 김준엽씨로 파악됐다.
솟대문학 방귀희 발행인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이라는 시가 윤동주 시인으로 알려졌으나 이 시를 쓴 시인은 뇌성마비 시인 김준엽씨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겠습니다./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나는 나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사람들을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말아야 하겠습니다./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으냐고 물을 겁니다./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위해,/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은/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
이 시는 당초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라는 제목이었다. 20년 전 뇌성마비 장애인 김준엽씨가 쓴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시 7편을 제출하기 위해 김준엽 시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김준엽 시인의 활동보조인이 문제의 시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인터넷상에서 좋은 글로 사랑받고 있는 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을 한 결과 시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으로 이름을 바꿔 윤동주, 정용철, 작자미상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우리나라 유일의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에 억울한 사정을 알려왔다.
‘솟대문학’ 방귀희 발행인은 신속하게 이 사건을 처리하기로 하고 조사한 결과 김준엽 시인이 20여 년 전 하이텔 사이버문단을 통해 자신의 시들을 발표하며 문학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1995년 봄 서울에 있는 한 출판사에서 시집을 발간해주겠다고 해 시작품들을 보냈지만 출판사가 문을 닫게 되어 김준엽시인은 시집 출간도 못하고 작품도 돌려받지 못한 정황도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월간 ‘좋은 생각’ 1995년 9월호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제목의 시가 ‘좋은 생각’ 발행인 정용철 시인의 작품으로 게재됐고, 정용철 시인은 ‘내 인생이 끝날 때’로 제목을 수정해 발표하기도 했다고 솟대문학측은 설명했다.
솟대문학측은 또 김준엽 시인의 시 제목 황혼을 그대로 사용한 ‘내 인생에 황혼이 오면’이란 작품은 작자 미상으로 인터넷상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알려진 시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으로 윤동주/정용철로 작가가 표기되기도 하고 윤동주로 알려졌으나 작자미상으로 표기될 뿐 그 어디에도 김준엽 이란 작가의 이름은 없다.
김준엽 시인은 중증뇌성마비로 손가락 하나조차도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펜을 입에 물고 시를 써서 2011년에는 첫시집 ‘그늘 아래서’를 출간했고, 새해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는 당당한 시인이다.
그리고 뇌성마비 종목인 보치아 국가대표선수로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있다. 또한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방귀희 작가는 “김준엽은 시인으로, 운동선수로, 사회복지전문가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무명의 힘없는 시인이라고 작품 저작권을 강탈한 사실을 세상에 알려 바로 잡아줄 것을 솟대문학에 호소해와 사실관계를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