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망명’ 카카오톡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공식 사과하고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

‘사이버 망명’ 카카오톡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공식 사과하고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

기사승인 2014-10-08 16:32:55

다음카카오가 이른바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다음카카오는 8일 최근 불거진 사이버 검열 논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의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카카오톡 이용자 정보보호를 위해 ‘프라이버시 모드’를 연내 도입한다고 밝혔다.

사이버 검열 논란은 검찰이 지난달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단속을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유관기관 회의를 지시했다.

곧바로 대검찰청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설치해 검사 5명과 수사관들을 배치하기로 했고 허위사실 유포사범은 벌금형에 그치지 않고 재판에 회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최초 유포자뿐 아니라 확산·전달자까지 모두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인터넷에선 ‘카카오톡 사찰’ ‘메신저 검열’ 등 사이버 망명 현상이 벌어졌다. 카카오톡 등 국산 모바일 메신저 대신 보안에 안전하다는 ‘텔레그램’으로 변경하는 이용자들이 속출했다. 마커스 라 텔레그램 언론·지원 부문장은 7일 인터뷰에서 “지난 주에만 150만명 이상의 한국 사용자가 텔레그램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가 도입키로 한 프라이버시 모드는 크게 ‘비밀대화 기능’과 ‘수신확인 메시지 삭제 기능’으로 나뉜다.

비밀대화 기능을 이용하면 대화내용 전체가 암호화 되며 이를 해독할 수 있는 암호가 서버가 아닌 사용자 스마트폰에 저장된다. 수사기관이 개별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압수하지 않는 한 대화내용을 검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이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단말기에 암호키를 저장하는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기술을 앞서 도입했다.

비밀대화 기능은 올해 안으로 1:1 비밀대화방에 먼저 적용된다. 내년 1분기에는 그룹 비밀대화방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수신확인 메시지 삭제 기능은 수신이 확인된 메시지가 서버에서 자동으로 삭제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화 송수신자가 모두 온라인 상태이면 서버에 대화내용 자체가 저장되지 않는다.

다음카카오 측은 보안 강화 조치를 마련하는 작업을 ‘외양간 프로젝트’로 이름짓고 “프라이버시 모드 기능을 선택하면 수사기관의 영장집행을 통한 카톡 대화내용 확인 및 제공 자체가 불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이러한 보안 강화 조치를 마련하는 작업을 '외양간 프로젝트'로 이름짓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카카오는 이날 사과문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우리 이용자 정보보호를 외치며 그저 외부 침입자로부터 법과 울타리만 잘 지키면 된다고 여기고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왔다고 안주했었던 것 같다”며 “최근 검열, 영장 등 이슈들에 진솔하게 적절하게 말씀드리지 못해 많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저희만의 논리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반성했다.

이어 사용자 신뢰도 제고를 위해 수사당국의 카톡 사용자 정보요청 건수를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투명성 보고서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외국 IT 기업들이 사용자 신뢰를 높이려고 시행하는 제도다.

다음카카오는 이날부터 대화내용의 서버 저장기간이 2∼3일로 단축되며 서버에 저장되는 모든 대화내용은 암호화된다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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